서울-춘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신형 말리부. (사진=쉐보레)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신형 말리부. (사진=쉐보레)
[ 김정훈 기자 ] 올해의 차(Car of the year). 이 타이틀은 자동차 업계가 주는 최고의 영예다. 상업적 성공과 미디어의 찬사를 동시에 얻은 신차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국내 출시 전부터 인터넷에 공개된 외관 디자인으로 화제를 몰고 온 차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비주류인 쉐보레 브랜드의 차량이어서 놀라움은 더했다. 주인공은 미국에서 먼저 판매를 시작한 9세대 말리부다.

최근 가격이 공개되고 사전계약을 진행중인 신형 말리부를 타봤다. 지난 3일 서울 광장동 W호텔에서 경기도 양평의 중미산 천문대까지 약 60㎞ 구간을 시승했다. 시승에 사용한 모델은 2.0 터보 LTZ(최고급형).

신차는 1시간 가량 짧은 체험에도 구매력을 자극했다. 디자인, 성능, 주행 안전성, 가격 등 제품력은 동급 중 단연 베스트. 올해의 차 후보로 꼽아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9세대 차량은 내외관 디자인이 완전히 새로운 차로 변화를 꾀했다. 기존 국산차를 압도하는 디자인이 단연 시선을 끈다. 주행 품질도 상당부분 좋아졌다.

시승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 진행됐다. 서울-춘천고속도로에 올라선 뒤 빗길 주행에도 시속 160㎞까지 차를 몰아붙였다. 하체가 탄탄했다. 플랫폼을 뜯어고치고 차체 무게를 줄이면서 비틀림 강성을 키운 결과다. 중미산 인근의 산악 도로에선 정교한 핸들링 맛도 한껏 뽐낸다.

말리부에 얹은 2.0L 직분사 터보 엔진은 고급차인 캐딜락 CTS에 탑재된 것과 동일하다. 직렬 4기통 1998cc 직분사 터보 심장은 최고출력 253마력, 최대토크는 36.0㎏·m이다. 수치만 보면 BMW 3시리즈 가솔린 차량을 앞선다.

주행 품질은 이미 해외에서 검증받았다. 시속 120㎞ 주행은 2000rpm 미만에서 엔진회전 반응이 이뤄졌다. 90㎞/h 주행시 1500rpm이면 충분하다.
신형 말리부 실내 인테리어는 이전 세대와 비교해 상당히 잘 다듬어지고 깔끔해졌다.
신형 말리부 실내 인테리어는 이전 세대와 비교해 상당히 잘 다듬어지고 깔끔해졌다.
8세대 말리부는 뒷좌석이 좁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데 신형은 휠베이스(축간거리)를 93㎜, 2열 레그룸은 33㎜ 늘리면서 실내 공간을 완벽히 보강했다. 뒷좌석에 앉아보니 성인 5명은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앉을 만하다.

단점을 없을까. 물론 있다. 신차를 기다려온 많은 소비자들은 북미사양과 달리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하지 않은 대목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국GM은 경쟁력 있는 가격을 뽑기 위해 '국내산' 젠3 미션을 선택했다. 8단 변속기를 미국에서 수입해 장착하면 가격을 비싸게 팔아야 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듯하다. 대신 6단 기어 사용은 변속 타이밍이 8단보다 느리고 가속시 효율을 떨어뜨린다. 복합 연비는 10.8㎞/L.(1.5 터보는 13.0㎞/L)

기자도 6단 변속기 장착은 아쉬웠지만 차를 몰아보니 변속 충격에 대한 우려는 없애도 되겠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터보랙(터보 작동이 지연되는 현상)이 살짝 느껴지긴 했으나 주행 스트레스로 이어지진 않는다. 6단 변속기와의 궁합은 흠잡을 만큼 단점으로 보이진 않았다.

다만 토글 시프트 방식의 변속기는 주행 중 자동모드에서 수동모드로 기어 전환이 불편하다. 수동 변속은 기어 노브의 토글 스위치로 단수 조절이 가능하다.

최신형 세단에 대부분 장착되는 주행모드 변환 기능이 없는 것은 아쉽다. 스포츠모드, 에코모드 등 운전자 취향에 따라 주행모드를 바꿀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일부 품목의 아쉬움은 분명 있다. 그럼에도 가격 대비 상품성은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것으로 보여진다. 2.0 터보 가격은 LT 2957만원, LTZ 3180만원이다. 비슷한 성능을 갖춘 그랜저 3.0이 3259만~3848만원이란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사전계약 나흘간 6000명의 고객이 이 차를 계약했다. 한국GM은 예약 구매자 중 전체 75%는 1.5 터보를 골랐다고 밝혔다. 1.5 터보 모델은 2310만~ 2901만원 선이다. 굳이 고성능과 고사양이 필요없다면 1.5 터보 차량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 같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시승기+] 강력한 '올해의 차'…구매력 자극하는 신형 말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