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외교사절이라는 자부심으로 운전대 잡아요"
“단순히 손님을 태워다주는 게 아니라 사람의 정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대림산업에서 플랜트 엔지니어로 23년간 일한 뒤 지난해 말 우버의 고급 콜택시 ‘우버 블랙’ 기사로 변신한 김형천 씨(65·사진). 그는 외국인 승객에게 친절한 택시 서비스를 제공해 한국 택시 이미지를 개선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받았다.

김씨는 대림산업 재직 기간의 절반 이상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인도 필리핀 등 해외에서 보냈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의 능숙한 영어구사 능력은 우버 블랙 기사로서 최대 자산이 됐다. 우버 블랙은 세계 최대 차량공유 회사인 우버가 국내에서 운영하는 택시 플랫폼인 만큼 승객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매일 아침 7시30분 서울 용산 해방촌으로 출근한다. 그곳에서 휠체어를 타야 하는 한 미국인 여성 승객의 출근을 돕기 위해서다. 좁은 골목길과 가파른 경사로에 차를 대기도 버겁지만 지난 석 달간 단 한 번도 빠짐 없이 그와의 약속을 지켰다.

얼마 전 태운 한 이스라엘 사업가에게는 주말에 무료로 시내투어를 해주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아쉽게도 출국 일정으로 주말투어는 성사되지 않았지만 그는 김씨에게 “다시 오면 꼭 연락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김씨는 “공항에서 탄 한 미국 여성이 도심에 왜 이렇게 꽃이 많냐고 놀라워하는 모습을 보고 한강과 남산, 경복궁 등 서울의 아름다움을 소개하기도 했다”며 “앞으로도 민간 외교사절이라는 자부심으로 운전대를 계속 잡을 것”이라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