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공수표 돼가는 민생국회 약속
4·13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난 뒤 여야 모두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일하는 국회를 다짐했다. 19대 국회의 남은 임기 동안 임시국회를 열어 민생경제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하지만 총선이 끝난 지 3주가 다 됐지만 여야는 국회 문을 열어 놓았을 뿐 일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개점휴업 상태다.

이는 총선 직후 이미 예고됐다. 20대 국회 입성에 실패한 의원이 132명이다. 19대 의원의 44%에 달한다. 5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말년병장’ 의원들 때문에 19대 국회의 남은 임기 동안 밀린 입법과제를 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상임위 회의를 열려면 여야 상임위 간사 간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낙선자들이 많아 말도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 민의’를 내세워 한 달 일정으로 임시국회를 지난달 21일 연 것은 여야 3당 지도부였다. 하지만 민생국회 약속은 ‘공수표’가 돼가고 있다. 임시국회가 열린 후 현재까지 현안 논의나 법안 처리를 위해 소집된 상임위는 법제사법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정보위원회 등 세 곳에 불과하다. 여야 지도부가 연일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청년 실업 해결을 강조하지만 정작 이를 다뤄야 하는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은 열리지 않고 있다. 관련 법안을 논의할 소위원회조차 열리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여야 지도부의 노력도 엿보이지 않는다. 각 당 지도부가 나서 적극적인 협상을 벌여야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만난 뒤 공허한 합의문을 내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다 받은 다음 협상을 원내수석부대표에게 넘겼다. 바통을 넘겨받은 원내수석부대표들이 만난 것은 지난달 27일 단 한 차례뿐이다. 회동에서는 본회의 개의 날짜를 이틀 더 미루는 것 외에 어떤 합의도 없었다. 다음 회동 일정도 1주일 후인 5월4일로 느긋하게 잡았다.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도 없어 보인다. 19대 국회는 결국 최악의 국회로 남을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그럼에도 의원들은 20일이 되면 어김없이 세비를 받아갈 게 틀림없다.

박종필 정치부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