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서울과학전시관과 연구공원을 합친 ‘낙성대 밸리’를 조성하기로 하는 등 캠퍼스를 실질적인 산·학 클러스터로 탈바꿈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융·복합이 특징인 4차산업 경쟁에 대비하려면 대학과 기업 간 공동 연구개발(R&D)을 위한 물리적 제약부터 없애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서울대 '낙성대 밸리' 구축…한국판 실리콘밸리로 키운다
○서울대 도심캠퍼스 확대하기로

성낙인 서울대 총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26일 열릴 ‘서울시-서울대 서밋’에서 낙성대 밸리를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큰 틀에서는 이미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 조성 등 실무 작업을 위한 협의체도 조만간 구성할 계획이다.

낙성대 밸리 조성을 위한 핵심은 서울과학전시관이다. 총 면적 5만8014㎡(30필지) 규모인 전시관은 국유재산 7필지를 포함해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가 각각 19필지, 4필지에 대해 소유권을 갖고 있다. 5개 동으로 이뤄진 건물은 연면적 1만2013㎡로 서울시교육청 소유다. 정부 관계자는 “전시관이 적자 운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서울시교육청 직속기관인 만큼 교육청 동의를 얻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도심캠퍼스 복원도 추진하기로 했다. 1975년 관악산 일대로 캠퍼스를 옮기기 전 서울대의 모태였던 연건(대학로)캠퍼스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대학로 근처에 있는 사범대 부설 초등학교와 여자중학교를 종암동 중·고교(서울대 소유)로 옮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로 학급당 학생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의과대학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바이오·메디컬 연구단지로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께 완공될 경기 시흥(배곧)캠퍼스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기업과 대학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지난 2월엔 대우조선해양 시험수조 연구센터를 유치했다. 인근 반월·시화공단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화성연구소와도 가까워 창업부터 상용화까지 기계공학의 ‘메카’로 꾸민다는 게 서울대 복안이다.

서울시는 서울대뿐만 아니라 고려대, 연세대·이화여대, 한양대, 중앙대·숭실대 등 주요 대학가에 해당 지역 특성을 반영한 캠퍼스타운 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는 7월께 박 시장과 주요 대학 총장이 참여하는 ‘서울시·대학총장 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기업과 대학을 더 가까이

대학과 기업의 ‘동거’는 세계적인 추세다. 산학협력의 원조 격인 미국 실리콘밸리는 스탠퍼드대와 기업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덕분에 탄생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 록히드마틴 등 수십 개의 글로벌 기업 연구소가 캠퍼스 내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집적효과 덕분에 구글, 애플, 삼성 등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들도 인큐베이팅센터를 세워 ‘대학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기업 연구소 직원들을 대학 박사학위 심사위원에 위촉할 수 있고 학생들은 가까운 기업 연구소에서 언제든 실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은 한술 더 뜬다. 40여개 대학과 2만4000여개 기업, 200여개 국책연구소가 밀집해 있다. 칭화대에만 마이크로소프트(MS), 지멘스, 보잉, 삼성 등 글로벌 기업 연구소 13개가 자리 잡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는 아예 공과대학을 산업단지 옆으로 옮겼다. 산학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MS, 히타치, 노키아 등 글로벌 기업 30여개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300여개가 있는 웨스트 케임브리지로 3.2㎞가량 이동시켰다.

이에 비해 국내 대학 현실은 열악하다. 서울대만해도 관악캠퍼스 내 단일 건물을 갖고 있는 기업 연구소는 현대차가 설립한 차세대자동차 연구소가 유일하다. 1995년 서울대 후문 근처에 연구공원을 조성하고 LG, SK텔레콤, 코웨이 등의 기업 연구소를 유치했지만 기대했던 산학협력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정환/박동휘/강경민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