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열풍' 덕?…초선 당선자 이공계 늘어
국회의원은 전통적으로 ‘법학도’ 출신이 많다. 하지만 이번 20대 국회에 처음 입성하는 초선 당선자만 놓고 보면 대학 시절 경제·경영학을 전공한 사람이 법학 전공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초선 당선자 132명의 전공(학사 기준)을 분석한 결과 경제·경영·무역학 계열이 24명으로, 법학(22명)을 앞섰다. 이어 행정학(16명), 국어국문·영어영문·불어불문·독어독문 등 어문 계열(12명), 정치·외교학(11명), 사회·역사학(8명) 순이었다.

경제·경영학 전공자 중에는 대학 졸업 후 정·재·학계에서 풍부한 실전 경험을 쌓은 인물이 많아 20대 국회의 경제 입법에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고위관료를 지낸 윤상직 추경호 정운천(이상 새누리당) 당선자, 기업인 출신인 김병관(더불어민주당) 성일종(새누리) 당선자 등이 대표적이다. 경영학계 좌장 격인 최운열 당선자(더민주),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낸 김종석 당선자(새누리)는 당의 총선 경제공약 수립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과거 국회에서 보기 힘들던 건축·토목공학 전공도 7명이 포함됐다. 김철민 당선자(더민주)는 검정고시를 거쳐 한밭대 건축공학과를 나온 뒤 안산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로 일한 경력이 있다. 김현아 당선자(새누리)는 경원대에서 도시계획학을 공부한 뒤 20년 넘게 주택·부동산 분야의 전문 연구자로 활동했다. 배우 심은하 씨 남편으로도 잘 알려진 지상욱 당선자(새누리)는 연세대 토목공학과를, 임종성 당선자(더민주)는 경원전문대 실내건축학과를 졸업했다.

물리·천문학 전공자 4명과 화학·공학 분야 전공자 3명이 국회에 진출한 점도 눈길을 끈다. 총선 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계기로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 당이 이 분야 전문가를 적극 영입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교섭단체를 이룬 3당은 비례대표 공천에서 모두 이공계 출신 여성을 ‘간판’으로 내세웠다.

새누리 송희경(이화여대 전자계산학과), 더민주 박경미(서울대 수학교육과), 국민의당 신용현(연세대 물리학과) 당선자가 각 당 비례대표 1번을 받아 당선됐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오세정 당선자(국민의당), 포스텍 물리학과를 나온 문미옥 당선자(더민주)도 과학기술계 대표로 국회에 들어간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