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즈를 취하며)이러면 범죄자 같지 않나요?
어머, '범죄자'는 빼주세요." - 박나래

"사과를 그렇게 했는데..." - 탁재훈
'오늘부터 대학생' 탁재훈, 박나래, 장동민, 장도연이 '범죄자'와 같은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다. /사진=변성현 기자
'오늘부터 대학생' 탁재훈, 박나래, 장동민, 장도연이 '범죄자'와 같은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다. /사진=변성현 기자
시작부터 '빵빵' 터졌다. 예능계 신구(新舊) 세력들의 만남은 아슬아슬한 웃음으로 줄다리기를 하며 출연작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채널A 새 예능프로그램 '오늘부터 대학생'의 기자간담회가 2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동아미디어디지털센터에서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취재진들로 문전성시였다. 불법 도박 혐의로 2년 4개월 여간의 자숙을 끝내고 방송에 복귀한 탁재훈의 출연으로도 이슈였지만, 또 한 명의 트러블메이커가 있었다.

장동민은 최근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한 부모 가정을 개그 소재로 삼아 홍역을 치렀다. 출연 중이던 일련의 프로그램에서는 하차해 논란이 수그러드는가 했더니, 이내 '오늘부터 대학생'이 됐다. 여기에 개그계 공식 커플(?) 장도연, 박나래가 합세해 검증된 예능감을 더한다.

네 사람은 단국대학교 도예과(탁재훈, 장동민), 체육교육과(박나래, 장도연)으로 입학해 16학번 새내기들과 캠퍼스 라이프를 누린다. 이들은 일반 대학생의 학사 일정에 맞춰 중간고사, 축제, 각종 행사와 팀플, 밤샘 과제 등에 참여할 계획이다.

프로그램은 N포세대의 청춘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극복해가는 모습을 통해 젊은 층에게는 가슴 뜨거운 열정과, 동질감을 중·장년층에게는 청춘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기 위한 취지로 기획됐다. 그런데 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탁재훈, 장동민이었나.

이날 이성수 PD는 멤버 구성에 관련해 이렇게 설명했다. "연예인 생활을 이른 나이에 시작했거나, 사정상 대학 생활을 못 누렸던 분들을 우선적으로 섭외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들을 생각해 멤버들의 나이도 고려했다. '아재'로는 탁재훈, '지니어스' 장동민, 리얼리티 대세 박나래, 장도연이 제작진들의 만장일치를 받았다."
'오늘부터 대학생' 탁재훈은 여전히 '끼'를 감추고 있는 상태다. 장동민은 '대학생' 답게 백팩을 메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기자
'오늘부터 대학생' 탁재훈은 여전히 '끼'를 감추고 있는 상태다. 장동민은 '대학생' 답게 백팩을 메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기자
탁재훈, 장동민의 입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다. 먼저 장동민은 "한동안 시끄럽게 한 것에 대해 대단히 죄송스럽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탁재훈은 '갑작스럽게' 복귀하게 된 점에 대해 대중의 양해를 구했다. 그는 "복귀를 정해놓고 한 것이 아니었다. 몇몇 팬분들이 용기를 주셨기에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됐다. 현재로서는 너무 행복하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오늘부터 대학생'은 지난 16일 첫 방송됐다. 탁재훈, 장동민의 출연 만으로도 잡음이 있었지만 단국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로부터 불편이 접수돼 '민폐' 논란에 휩싸인 것. 한 학생은 일부 제작진이 촬영에 몰두해 자신의 졸업작품을 훼손했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PD는 "해당 학생을 만나 사과를 했고, 그 학생도 해당 불만 글을 게재한 곳(대나무숲)에 '제작진을 이해한다'는 글을 올렸다. 충분히 학교 측에 협조를 구했는데도 불미스러운 사건이 생기더라. 촬영하면서 미쳐 생각하지 못 했던 부분에 대해 보완할 예정이다. 최대한 수업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기존에 연예인이 '학교'에 가는 형식의 리얼리티는 존재했다. '서인영의 카이스트', '학교 다녀오겠습니다'가 그 예다. '오늘부터 대학생' 만의 관전 포인트가 있을까.

이 PD는 "여느 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출연자와 일반인의 조화가 아닐까 한다. 대학이라는 배경으로 일반인들의 캐릭터가 쌓이고 있다. 첫 회때는 어색했지만 출연자 모두가 자신을 16학번이라고 생각한다. 회를 거듭하면서 출연자가 많아지는 효과를 볼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탁재훈은 이 프로그램이 가지는 의미를 곱씹을 수 있는 말을 했다. "학생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 부모님 연배가 비슷하더라. (세대 차이는 있지만) 그렇게 어린 친구들과 소통을 해야 했다. 아이가 있는 입장에서 누구에게나 이런 경험은 올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이 커서 부모와 대화했을 때 오는 문제들, 그런 것들을 정리해 나가는 느낌이다. 그래도 학생들이 '오빠'라고 불러주긴 한다.(웃음)"

장동민 또한 "프로그램을 통해 졸업한 지 오래된 분들은 '요즘 대학은 저렇구나'라고 생각하시고, 현 대학생들은 공감대가 있을 거다. 또 대학 입학을 앞둔 친구들은 '대학생'에 대한 환상이 있을 텐데 현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늘부터 대학생' 박나래, 장도연이 개성있는 포즈로 학생증을 인증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기자
'오늘부터 대학생' 박나래, 장도연이 개성있는 포즈로 학생증을 인증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기자
박나래와 장도연은 동기생들과의 즐거운 캠퍼스 라이프를 꿈꾸고 있었다.

박나래는 "단대 체육교육학과에는 '3대 천왕'이 존재한다. 그런데 만나는 친구들마다 '3대 천왕'의 멤버가 달라지더라. 그 미스터리에 대해 파헤치고 있다. 몸도 잘 쓰고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많다. 언젠가 '나래바'로 초대해 성인의 길을 열어주고 싶다"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장도연에게는 '대학생활=잔디밭'이라는 로망이 있었다. "예전 학교 다닐 때에 잔디밭에 앉아 짜장면 먹는 것을 못해봤다. 그 때는 돈이 없었지만 지금은 금전이 좀 있기도 하고, 짜장면에 탕수육, 그리고 빼갈(고량주)를 시켜 수업 없을 때 먹고 싶다. 철없지만 로망 중 하나다."

장동민은 "'그때 못한 것이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장학금을 받아보고 싶었다. 꼭 타고 말겠다"라고 다짐했다.

늦깎이 대학생활은 상상했던 것처럼 즐거웠을까. 탁재훈은 굴욕 아닌 굴욕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심리적인 싸움이 있다"면서 "학생들이 분명 나인 줄 알 텐데 아는 척을 안 한다"라고 밝혔다.

탁재훈은 "본인이 이 학교 학생이라는 자부심도 있고, 또 몇 초 동안 '저 사람이 왜 우리 학교에 있지?', '저 사람이 촬영을 할리가 없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나간 것 같다. 나는 표정만 보면 다 안다"라면서 씁쓸한 기색을 감추지 못 했다.

'오늘부터 대학생'은 나름의 의미를 가진 기획이라고 본다. 이들은 작은 폭탄을 안고 첫 항해를 시작했다. 탁재훈의 복귀는 뜬금없었고 장동민에 대한 시선은 아직 '비호감'이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박나래, 장도연이라는 여성 연기자가 예능에서 한몫을 챙겼다는 점이다.

시청자의 시선은 매서울테다. 그러나 이들은 그 시선을 극복해야만 하는 숙명을 지녔다. '즐거움'을 줘야하는 연예인이므로. 아무쪼록 탁재훈, 장동민으로 인해 '입꼬리 컨트롤'에 실패하는 순간이 온다면 좋겠다. 단국대에서 만나거든 모른체하지 않고 악수를 청할 수 있게.

'오늘부터 대학생'은 토요일 오후 11시 방송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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