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평가위원 10명 모두 레이더 개발·운영 전문가"

한국형 전투기(KF-X)에 탑재할 AESA(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 개발을 맡을 업체 선정 전 단계인 우선협상 대상업체로 한화탈레스가 결정됐으나 평가의 공정성을 놓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논란은 방위사업청이 지난 20일 열린 제94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선정 배경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지난 10여 년간 AESA 레이더 개발에 몰두해온 LIG 넥스원을 제치고 신생 한화탈레스가 뜬금없이 우선협상 대상업체로 선정된 배경과 평가위원 경력, 평가방법 등에 대해 '보안'을 이유로 자세히 공개하지 않아 궁금증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체 사업비만 18조원이 소요되는 KF-X 사업에서 AESA 레이더를 국내에서 개발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초미의 관심사다.

KF-X의 '눈'에 해당하는 핵심장비인 AESA 레이더를 개발하지 못하면 한국형 전투기 사업은 성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AESA 레이더를 국내 개발할 수 있다고 장담하면서 LIG넥스원에서 개발한 사례를 제시해왔기 때문에 LIG넥스원의 탈락은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ADD가 제시한 사례는 TA/FA-50 항공기 레이더 기술도입 생산, 항공기용 SAR(정찰장비) 체계개발, 울산급 Batch-Ⅰ 함정(2천300t급) 탐색레이더 등이다.

이는 LIG넥스원이 10여 년에 걸쳐 개발한 기술이다.

LIG넥스원은 지난 2006~2009년, 2010~2013년 각각 ADD 주관으로 진행된 AESA 레이더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2건의 선행과제에도 참여한 바 있다.

LIG넥스원이 탈락한 배경을 놓고 뒷말이 계속되자 방사청은 21일 별도의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해명에 나섰다.

학계, 연구원, 정부기관별 전문가로 구성된 10명의 평가위원 중 레이더 개발 전문가는 7명, 레이더 운영 전문가는 3명이기 때문에 우선협상 대상업체 평가에서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했다는 것이 방사청의 설명이다.

특히 평가는 기술능력(80점)과 비용(20점) 평가로 구분해 진행했다.

기술능력 평가 항목은 크게 무기체계·구성품과 소프트웨어 개발계획, 일정·비용·품질·위험관리 계획, 국산화 계획, 종합군수지원 요소와 시험평가계획으로 구분했다.

기술확보 현황과 실적, 인력·장비·시설 보유현황, 경영상태 등 개발능력도 주요 평가 요소가 됐다고 한다.

평가는 이런 항목에 대한 평가 점수를 합산해 가장 많은 점수를 얻은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방사청은 "기술능력 평가 결과 두 업체(한화탈레스와 LIG넥스원) 모두 개발계획과 개발능력에 대한 군의 제안요구 사항을 충족했다"면서도 "세부적인 평가 결과는 관련 법률과 규정에 의해 대상업체를 제외한 일반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쟁 업체들의 기술 수준 평가에 대해서도 "전문성을 보유한 평가위원들이 특정 기술을 구분해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능력 전반에 걸쳐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특정기술이 상대적으로 우위인지는 구분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특정기술을 세부적으로 구분해 점수를 주지 않고 개발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했다는 것이다.

이는 한 업체가 수년간의 연구비와 인력을 투입해 핵심 기술을 개발했더라도 이번 평가에서는 고려되지 않았다는 설명인 것이다.

특정 경쟁업체가 갖지 못한 핵심기술을 개발해 확보한 업체로서는 억울한 평가방식일 수도 있다.

이에 방사청은 한화탈레스는 그간 지대공유도무기 '천마' 탐지·추적 레이더,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 '철매-Ⅱ' 다기능 레이더, '철매-Ⅱ' 성능개량 다기능 레이더, 평면배열 적응빔 형성기술, 능동파괴체계 탐지추적 레이더를 개발한 실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방사청은 "현재 레이더 시험개발에 참여 중인 업체들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사업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라며 "AESA 레이더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연구개발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ADD는 국내에서 AESA 레이더와 체계통합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지 논란이 제기되자 상당수의 전문연구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면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고 장담해왔다.

하지만 기술력을 갖춘 전문인력을 단기간에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점을 들어 레이더 개발 기술이 있는 업체들의 손에 적극적으로 의존해야만 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