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대치동 단국대사범대학부속고에서 삼성그룹의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직무적성검사(GSAT)를 치른 응시생들이 고사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17일 서울 대치동 단국대사범대학부속고에서 삼성그룹의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직무적성검사(GSAT)를 치른 응시생들이 고사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갤럭시S7이 듀얼 픽셀로 끌어올린 기술은 무엇인가.”(삼성)

“1880년대 개화정책을 뒷받침하고 갑신정변을 주도한 역사적 인물은 누구인가.”(LG)

지난 16일과 17일 각각 대졸 신입사원 공채 인적성시험을 치른 LG그룹과 삼성그룹이 응시생에게 물어본 질문 중 하나다. 수험생들은 삼성은 주요 계열사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과 연관된 문제를 많이 냈고, LG는 사고력과 추리력 등을 집중 점검했다고 전했다.

삼성은 17일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국내 5개 도시와 뉴어크 로스앤젤레스(LA) 등 미국 2개 지역에서 직무적성검사(GSAT·Global Samsung Aptitude Test)를 치렀다. 응시생은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140분간 언어논리·수리논리·추리·시각적사고·직무상식 등 5개 영역의 총 160개 문항을 풀었다. 한 문제당 평균 0.9분에 풀어야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 전체적인 난이도는 평이했다고 응시생들은 말했다.

삼성이 기존 적성검사를 바꿔 GSAT를 치른 것은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정보기술(IT) 분야와 경제 분야 질문의 비중이 높아졌다. 지난달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이긴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하는 방식을 물었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온라인 투자자문서비스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삼성이 앞으로 중점을 둘 자율주행차 관련 문제도 제출해 눈길을 끌었다.

경제 영역에서는 수요·공급 곡선을 활용해 환율을 파악하는 방법, 저물가·저금리 상황에서 금리 변동의 영향 등을 물었다. 전반적인 난이도는 높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과학 지식, 도형 추리는 다소 까다로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제일기획은 서울 용산고에서 광고직 GSAT를 시행했다. 광고직 GSAT에선 ‘하이힐vs운동화, 웃음vs울음, 말하기vs 듣기’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문제가 나왔다. 삼성은 GSAT 합격자를 대상으로 5월 임원·직무역량·창의성 면접 등을 거쳐 6~7월께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16일 서울 등 4개 도시 9개 고사장에서 치러진 LG 인적성검사에는 주요 계열사의 업무 관련 문제는 많이 나오지 않았다. LG는 수험생들의 업무수행능력 위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LG 인적성검사는 인성검사인 ‘LG 웨이 핏 데스트(LG Way Fit Test:50분간 342문항)’와 ‘적성검사’로 나뉘어 치러졌다. 적성검사는 140분 동안 언어이해·언어추리·수리력·도형추리·도식적추리·인문역량 등 총 6개 영역 125문항을 풀어야 했다.

서울 용산고에서 LG전자 시험에 응시한 소프트웨어·하드웨어 분야 지원자들은 총 시험시간만 6시간에 달해 불만을 나타냈다. 시간이 갈수록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져 문제를 제대로 풀기 힘들었다는 응시생이 많았다. 2014년 신설된 인문역량의 한국사, 한자 20문제는 조선시대 정책, 문화유산 등 LG커리어스 채용사이트만 봐도 풀 수 있는 문제가 다수 출제됐다. LG는 이달 말 인적성검사 결과를 발표한 뒤 다음달 면접전형을 거쳐 6월 초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CJ그룹도 16일 서울시내 12개 중·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치렀다. CJ는 계열사 사업을 설명하는 지문을 준 뒤 관련 계열사를 선택하는 문제를 내기도 했다. CJ는 적성검사 합격자를 이달 28일 발표하고 다음달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뽑는다. 주말 동안 3개 그룹 응시생은 삼성 3만여명, LG 9000여명, CJ 1만2000여명 등 5만여명에 이르렀다. 각 그룹은 공무원 부정시험 여파를 의식해 입실시간을 엄격히 적용했다.

공태윤/정지은 기자/박해나 한경매거진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