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항공기산업을 일자리 보고로 키우자
세계 경제의 침체 국면이 장기화하고 있다.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가 ‘뉴 노멀(new normal)’로 정착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경제침체를 딛고 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어서 국내 항공기산업의 질주가 반갑다. 국내 항공기산업은 2014년에 13% 성장했고 작년에도 17% 성장, 생산규모가 처음으로 5조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올해에도 세계 민수시장 확대 및 국내 대형 프로젝트 진행으로 생산규모는 전년 대비 17% 늘어난 57억달러로 예상되는 등 높은 성장이 전망된다.

세계적인 규모로 커진 조선·철강·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성장이 둔화하고 있지만 항공기산업의 미래는 우리에게 유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의 항공기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가 우리에겐 좋은 기회다. 세계 항공기시장은 2014년 기준 5800억달러 규모로 조선시장의 3배나 되며 이 중 민항기 분야가 40%를 차지한다. 이란은 지난 1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해제 이후 한 달여간 200대가 넘는 항공기를 주문했고 앞으로 10년간 500대를 추가 주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힘입어 세계 각국의 민간 항공기 수요는 향후 20년간 3만대를 넘을 전망이며 국내에서도 글로벌 업체들의 협력요구로 민수 물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항공기 제작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 분업생산 구조가 급격히 재편돼 한국 기업들의 참여기회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연평균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무인기시장은 군사용에서 농업, 감시, 택배 등 다양한 민수분야에 활용 가능한 신(新)시장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런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기반을 갖추고 있다. 그간 국내 항공기산업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KT-1 기본훈련기와 수리온 헬기, T-50 고등훈련기 등을 군(軍)에 납품하고 터키, 이라크,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에 수출했다. 민수 항공기의 경우 B787, A350 등의 국제공동개발사업에 참여했고 부품 수출도 확대 중이다. 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틸트로터 무인기를 개발해 세계 7위권의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다. 군용기 체계개발 성공 등으로 쌓은 기술력과 인력을 바탕으로 세계적 수준의 전자정보·통신 기술과 소재산업이 더해진다면 우리 항공기산업의 미래는 밝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항공기산업의 도약을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이 각기 강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의 꾸준한 생태계 조성책이 마련돼야 한다. 항공기산업은 첨단기술복합산업이면서도 고용창출 효과가 큰 산업이고 대규모 장기투자와 오랜 회수기간으로 다른 산업에 비해 정부의 협력과 지원이 필수적이란 특징을 지니고 있다. 보잉, 에어버스 등 글로벌 제작사 등을 차치하고라도 가까운 일본은 최근 정부 주도로 ‘항공기 국제공동개발 촉진기금(IADF)’을 통해 민항기(MRJ: Mitsubishi Regional Jet) 개발에 성공했고 중국 역시 최근 중형 여객기(ARJ21)를 개발하는 등 정부 지원을 배경으로 민항기 제작시장에 뛰어들었다.

항공기산업은 국가적 지원이 없이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한국이 항공기산업을 더욱 크고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금융 및 연구개발(R&D) 지원확대, 특화단지 육성을 통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항공기산업은 국가 기술역량의 총화이고 국가 브랜드를 상징하는 산업이다. 높은 생산유발 효과와 고부가가치를 지닌 선진국형 지식기반산업이고 자동화가 쉽지 않은 첨단산업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연결된다. 항공기산업 육성이 한국 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넣게 되기를 기대한다.

김창로 < 항공우주산업협회 상근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