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새 총리는 '지한파'…한국 기업 진출 호기"
“베트남의 신임 총리는 ‘지한파’로 경제 개방 수준을 높이고 규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도 베트남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윤대희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전 국무조정실장·사진)은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7일 선출된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신임 총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베트남에서 총리는 행정부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공산당 서기장, 국가주석에 이어 권력 서열 3위다.

윤 상임고문은 푹 총리와 10년 가까이 교분을 쌓아왔다. 2007년 서울에서 열린 한·베트남 장관급 회담에서 국무조정실장 자격으로 처음 만난 이후 개인적인 친분 관계를 이어왔다. 그는 “푹 총리의 가장 큰 개인적 관심사는 경제발전과 부패의 상관관계였다”며 “경제가 발전하면서 부패도 늘어나는데 이를 가장 잘 극복한 나라로 한국을 지목하고 배우려는 의지가 대단했다”고 말했다. 당시 푹 총리는 교통경찰이 ‘뒷돈’을 받는 것을 어떻게 근절했는지와 같은 세세한 문제까지 물어봤다고 한다. 윤 상임고문도 김대중 정부 시절 규제완화 실적이 저조하자 “무조건 규제의 50%를 없애라”고 대통령이 특명을 내린 일화 등을 들려줬다. 푹 총리는 꼼꼼하게 메모하며 그의 말을 경청했다. 당초 오찬시간은 1시간이었지만 대화는 2시간 넘게 이어졌다.

지난달 29일 윤대희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왼쪽)과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윤대희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왼쪽)과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윤 상임고문은 공직에서 퇴임한 뒤 정부에서 벌이는 개발도상국 대상 경제개발노하우전수사업(KSP)에 참여하며 베트남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2011년에는 베트남 경제개발 10개년 계획 자문을 맡기도 했다. 그는 “베트남은 한국이 2004년 KSP를 시작할 때부터 매년 빠지지 않고 지원해온 국가”라며 “지금까지 베트남에서 수행한 개발·정책이 52개나 될 정도로 서로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상임고문은 “푹 총리는 베트남 경제 성장을 위해 외국인 투자 유치 등 개방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2014년부터 한국이 베트남 외국인 직접투자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양국 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베트남의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액(승인액 기준)은 228억달러로, 이 중 한국의 투자액은 67억달러였다.

윤 상임고문은 지난달 29일 푹 총리가 내정자 신분일 때도 베트남에서 만나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얘기했다. 윤 상임고문은 “그동안 한국이 경제제도, 개발계획 등 경제 기반을 닦는 데 도움을 줬다면 앞으로는 개별 프로젝트를 통해 더 많이 협업했으면 좋겠다는 게 푹 총리의 생각”이라며 “베트남의 대외 개방정책이 잘 이뤄진다면 한국 기업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