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모바일 고급콜택시 서비스인 ‘카카오 택시 블랙’의 차량 내부에는 쓰이지도 않는 요금 미터기가 달려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하반기 고급형 택시의 활성화를 위해 택시 표시나 미터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도록 법령을 개정했으나, 서울시가 별도의 지침을 내려 미터기 설치를 의무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국토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해 9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개정해 배기량 2800㏄ 이상 고급형 택시의 경우 차량 내부에 호출 장치나 요금 미터기 등 각종 설비를 구비하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카카오 택시 블랙의 요금은 GPS(위성항법장치) 기반의 내비게이션과 연계된 앱(응용프로그램)에서 위치 및 탑승 시간에 따라 자동으로 계산된다. 승객도 자신의 스마트폰을 통해 요금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결제도 카카오페이 등 모바일 간편결제를 통해서 이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카카오 택시 블랙의 정식 출범을 앞두고 차량 내부에 미터기를 설치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서울시 택시물류과 관계자는 “카카오 택시 블랙도 택시의 일종인데 미터기를 다는 게 맞다고 본다”며 “승객 입장에서도 미터기에서 요금이 올라가는 걸 직접 확인해야 과다 청구 여부를 알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 같은 지침은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에 의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의 카카오 택시 블랙 차량이 외관상 보기 흉한 미터기를 승객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두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과거 수시로 터져나온 택시 미터기 조작 사건 등을 겪은 일반 승객이 과연 자신의 스마트폰 앱과 미터기 가운데 어느 쪽을 더 신뢰하겠느냐”며 “GPS 미터기를 도입한 미국처럼 선제적인 규제는 하지 못할 망정 중앙정부가 완화한 법령을 지자체가 회귀시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호기/강경민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