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외국계 증권사 고배당이 씁쓸한 이유
BNP파리바증권은 이달 중 50억원을 결산배당한다고 지난달 31일 공시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19억원을 감안하면 배당성향(배당금/순이익)이 270%대다. 배당금은 모두 프랑스 본점으로 흘러들어간다.

다른 외국계 증권사도 비슷하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순이익 934억원 가운데 900억원을, 골드만삭스는 832억원 가운데 800억원을, JP모간은 385억원 가운데 380억원을, 도이치증권은 38억원 가운데 35억원을 최근 본점으로 송금했다. 모두 배당성향 100%에 가까운 수치다. 국내 대형 증권사 배당성향이 평균 30%대인 것과 대비된다.

배당성향은 각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한다. 상법상 배당가능이익 내에서 한다면 배당성향이 100%를 초과하더라도 합법이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고(高)배당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 증권사로는 상상하기 힘든 대형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최근 잇따라 단죄를 받고 있는데도 ‘이익 빼가기’에 급급한 모습이어서다.

도이치증권은 2010년 ‘11·11 옵션쇼크’를 일으킨 혐의로 지난해 말부터 투자자들에 대한 배상 판결을 줄지어 받고 있다. 총 배상액이 2000억원을 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업계에서 도이치증권의 배상 능력을 의심하고 있으나 도이치증권은 고배당을 감행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2005~2006년 해외 공모로 위장한 전환사채(CB)를 발행한 전대미문의 증권범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으나 지난 2월 전직 직원들이 수백만원의 벌금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자문 수수료와 관련한 세금 탈루 의혹도 받고 있다. 한국 법인이 국내에서 기업 인수합병(M&A) 자문을 맡으면서 마치 홍콩 등 법인세율이 낮은 다른 해외 지역의 법인들이 컨설팅한 것처럼 꾸몄다. 2013년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JP모간이 1조원이 넘는 규모의 M&A 거래를 성사시켜 놓고도 수수료로 신고한 금액은 0원”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떳떳한 돈’만 본점으로 송금한다면 업계의 싸늘한 시선이 덜할 텐데, 이를 기대하기는 무리일까. 합법의 틀 속에 있다고 하지만 뒷맛이 씁쓸하기만 하다.

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