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발목 잡힌 베트남 경제성장
정부 목표치를 웃도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잘나가던 베트남 경제의 성장세가 올해 한 풀 꺾일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 유가가 약세로 돌아서서 원유 수출액이 크게 감소한 데다 기후변화로 큰 가뭄이 들었기 때문이다.

27일 베트남 정부 소식지 등에 따르면 부이꽝빈 베트남 기획투자부 장관은 지난 26일 응우옌떤중 총리가 주재한 각료회의에서 가뭄 등 자연재해가 계속되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5.45%에 그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는 베트남 공산당과 국회가 설정한 올해 성장률 목표치 6.7%와 응우옌떤중 총리가 제시한 성장률 목표치 약 7%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베트남이 6.6% 성장할 것으로 봤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도 올해 6.9% 성장을 예상했다.

지난 수년간 베트남에는 인건비가 오른 중국을 대신할 곳을 찾는 제조업체가 잇달아 몰려들어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베트남 경제는 정부 목표치(6.2%)보다 높은 6.7% 성장률을 기록했다. 주요 기관이 베트남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한 배경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파르게 떨어진 국제 유가 때문에 베트남의 원유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세수도 급감했다. 베트남은 석유·가스 관련산업 비중이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0~25%를 차지하는 산유국이다. 또 올 들어 적도의 해수온도가 오르는 엘니뇨현상으로 베트남 중남부 지역에 심한 가뭄이 들면서 농작물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메콩 삼각주지역은 가뭄과 바닷물 유입으로 벼 재배지역 중 약 24%가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농업은 베트남 GDP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y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