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9년에 태어나 1527년 세상을 떠난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남겼다. 국가 통치와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한번쯤 읽어보는 대작이다. 그는 이탈리아의 통일과 번영을 꿈꾸며 새로운 정치사상을 모색했다.
“군주에 오른 자는 나라를 지키는 일에 곧이곧대로 미덕을 지키기 어려움을 명심해야 한다. 나라를 지키려면 때로는 배신도 해야 하고, 때로는 잔인해져야 한다. 인간성을 포기해야 할 때도, 신앙심조차 잠시 잊어버려야 할 때도 있다. 군주에게는 운명과 상황이 달라지면 그에 맞게 적절히 달라지는 임기응변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면 착해져라. 하지만 필요할 때는 주저없이 사악해져라. 군주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가. 나라를 지키고 번성시키는 일이다. 일단 그렇게만 하면 무슨 짓을 했든 칭송받게 되며, 위대한 군주로 추앙받게 된다.”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많이 사용되는 ‘마키아벨리즘(마키아벨리의 정치사상)’이 새삼 떠오르는 선거의 계절이다. 정치판이야 강한 자가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세계’이지만 4.13총선 공천과정을 보면 ‘정치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가 여실히 증명된다. 금배지를 유지하고, 새로 달기 위해 처절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23일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하는 심야회견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을 내세우면서 "오늘 저는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15일부터 칩거해오다 4·13 총선 후보자 등록을 하루 앞두고 공식석상에 등장한 유 의원은 한때 박근혜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친박 정치인’이었다.
같은 날 오전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장관은 새누리당에 공식 입당했다. 강 전 장관은 오는 28일 출범 예정인 선거대책위원회에서 김무성 대표와 함께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투톱' 체제로 4·13 총선을 진두지휘할 전망이다. 그는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과 재정경제부장관 등을 역임하고 16~18대 의원을 지냈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비례대표 후보 2번으로 확정됐다. 1980년대 민정당 전국구 의원을 지낸 김 대표는 박근혜 정권 출범에도 큰 역할을 했다. 정치판의 세력 교체를 내걸고 깃발을 든 안철수의 국민의당도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를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어제의 여당 인사가 야당 대표가 되고, 야당 정책 브레인은 여당의 선거를 이끄는 얼굴이 됐다. 얼마전까지 유명 신문사에서 권력을 향해 필봉을 휘둘렀던 언론인은 여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20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강자’가 ‘약자’를 밀어내는 승부전이 펼쳐지고 있다.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최인한 한경닷컴 뉴스국장 janus@hankyung.com
야권 잠룡인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18일 주장했다. 조기 대선 개최 시 야권 대선후보로 이 대표가 유력한 상황에서 후보 교체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이 고문은 이날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저는 진작부터 윤석열, 이재명 두 분의 정치가 함께 청산되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민주당에서 다른 후보를 내면 더 쉽게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이 고문은 "왜냐하면 여론조사를 보면 이 대표는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다"며 "그걸 껴안고 어떻게 선거하며 선거 후 설령 이긴다고 하더라도, 그 거부층을 어떻게 안고 국가를 운영하나. 민주당이 책임 정당이라면 당연히 고민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이 고문은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이 대표의 이른바 '우클릭' 행보에 대해선 "중도·보수라고 했다가 며칠 뒤에는 중도 정당이라고 했다가, 노총에 가면 '우클릭 걱정할 것 없다'고 말하고 있다"며 "굉장히 헷갈린다. 일관성이 부족하고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본다"고 했다.이 고문은 자신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출마 여부를 포함해서 국가를 위해서 가장 도움이 되는 길이 무엇일까. 그 길로 갈 것"이라고 했다.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18일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를 찾아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 지지자들의 애국심을 존경하고 존중한다"고 밝혔다. 강성 보수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자신에 대한 비토 여론을 희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한 전 대표는 이날 대구 북구 모처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달 초 여론조사에서 TK(대구·경북) 지지율이 높았다'는 말에 "보수 지지자들 중에서 탄핵에 반대하는 분이나 저나 큰 틀에서 생각은 같다"며 "애국심이고, 이 나라가 잘되게 하는 지점에서 공통적인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한 전 대표는 "저도 그분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분들의 애국심을 존경하고 존중한다"며 "저도 이 나라가 잘되게 하고, 국민 먼저 생각하고 좋은 나라를 만들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덧붙였다.12·3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하고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데 대해선 "후회하는 결정은 없지만, 조금 더 생각할 걸, 조금 더 설득할 걸, 조금 더 경청할 걸 이런 부분들은 좀 있었다"면서도 "국민이 먼저라는 생각을 갖고 제가 받게 된 여러 고통이나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한 전 대표는 "제가 결정하는 과정에서 특히 우리 보수를 지지하는 분들이 자꾸 머리에 떠오르고 눈에 보여서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었다"며 "그래도 대한민국과 국민, 미래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 생각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국민들께서 상처받고 힘들어하신 데에는 대단히 죄송하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같은 마음"이라고 했다.한 전 대표가 이날 대구를 찾아 강성 보수층에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