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가 17일 JTBC파운더스컵 첫날 10번홀에서 잔디를 날려 바람을 측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박세리가 17일 JTBC파운더스컵 첫날 10번홀에서 잔디를 날려 바람을 측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결정하는 데 힘들었어요.”

한국여자프로골프의 ‘전설’ 박세리(38·하나금융그룹)가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LPGA투어 JTBC파운더스컵에 출전 중인 박세리는 17일(현지시간) 1라운드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시즌을 끝으로 투어 생활을 마무리하겠다”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3개 잡아 3언더파 69타로 공동 36위를 기록했다.

박세리는 “은퇴를 결정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하지만 때가 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배운 골프 노하우와 경험, 성취한 꿈을 골프를 사랑하는 모든 이와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세리는 후배 양성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엔 재능 있는 선수가 많다. 고국으로 돌아가 LPGA나 국제대회에서 활약하고 싶은 어린 선수들이 나처럼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했다.

박세리는 이번 시즌 가능한 한 많은 대회에 참가해 최대한 성적을 끌어올린 뒤 명예롭게 ‘마지막 시즌’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1998년 LPGA투어에 데뷔한 박세리는 US여자오픈과 브리티시여자오픈 등 메이저 5승을 포함해 통산 25승을 거둬 국내 골프계는 물론 세계여자프로골프계 발전에 큰 족적을 남겼다. 1998년 7월 US여자오픈에서는 ‘맨발 샷’을 성공시키며 우승해 외환위기로 시름에 빠져 있는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2007년 한국인 최초로 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박세리는 4개 메이저 대회 중 크래프트나비스코챔피언십(현 ANA인스퍼레이션)에서만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이 때문에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작성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아쉬움으로 꼽힌다. 9개월여 만에 LPGA투어에 출전한 박세리는 오는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한국여자골프 대표팀 감독을 맡아 선수들을 이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