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알파고가 신체 일부 된다면?…성큼 다가온 사이보그 시대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을 지켜본 이들은 아연했다. 기계도 사람처럼 복잡한 판단을 내릴 수 있고, 그것도 인간보다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아서다. 혹자는 정신·육체노동을 모두 대체한 AI가 세상을 지배하고 사람은 불필요한 존재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하기도 했다. 이 불안감은 AI와 인간이 분리돼 있어 피아(彼我)를 뚜렷이 구분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AI와 사람이 ‘결합’한 형태를 상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굳이 결합 대상을 AI에 국한할 필요도 없다. 컴퓨터·전자·유전공학 등 각종 첨단 과학기술이 사람의 확장된 신체를 이룬다면 어떨까. 인간이 AI에 지배당한다는 단순한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겠지만 상황은 좀 더 복잡해진다. ‘사이보그’들이 득실거리는 세계에서 사회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띠게 돼서다. ‘시민’ ‘가족’ ‘삶과 죽음’ 등 흔히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개념을 재정의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인간과 기술의 결합으로 인간은 기술로부터 배제되지 않겠지만, 더 이상 기존의 인간은 아니게 된다.

《사이보그 시티즌》은 태어난 모습 그대로의 인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포스트휴먼’ 시대의 사회상을 그린다. 일견 공상과학물(SF)처럼 느껴질 가능성도 있다. 현시점의 기술 진보가 세계인의 사이보그화(化)를 걱정해야 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술 진보가 선형이 아니라 지수함수를 따른다는 ‘특이점’ 이론을 내놓은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의 논리에 따르면 지금이 사이보그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적기일 수 있다.

사이보그 시대에는 누구에게 시민권을 부여할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유기체의 몸을 가지지 않았지만 시민이 되고 싶어하는 자도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보그 시민용 튜링 테스트(인공지능 판별법)가 필요해질 판이다. 사이버 공간은 누구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저항이 일어날 수 있는 장소일까, 아니면 정치인이 선거기간에 정밀하게 조사·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일까. 사이보그 시대 개막과 함께 불거질 낯선 이슈들이 쏟아진다. 생각할 거리를 잔뜩 던져주는 책이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