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완연한 '비둘기'의 면모를 보였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금융시장의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늦추는 한편으로, 부진한 금융시장이나 글로벌 경기를 좀 더 고려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대외 불안요인에 대한 시각은 최대한 포괄적으로 제시하는 한편으로, 미국 경제의 회복과 관련해서는 최대한 낙관적인 인상을 주려는 모습도 엿보였다.

Fed가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0.25∼0.5%로 올린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적지 않은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성급한 인상이었을 수 있다며 Fed를 비판하고 나섰다.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일본은행에서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하면서 미국 연준이 부진한 세계 경제를 도외시한다는 비난도 제기됐다.

16일(이하 현지시간) Fed가 발표한 통화정책회의 결과 성명이나 재닛 옐런 의장의 발언들을 보면 이런 비판을 잠재우고 연준이 시장을 무시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주고자 다각도로 노력했을 엿볼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이날 회의 결과 성명에서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의 상황이 위험 요인을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의 상황을 주시하고 그 상황이 미칠 영향을 계속 판단하고 있다'고 언급한 지난 1월 FOMC 성명과 비교했을 때 대외 요인을 '위험 요인'이라고 더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통화정책 경로, 즉 앞으로 예상되는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낮춰 제시한 일 또한 금융시장을 크게 의식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이번 성명에서 연준은 17명의 FOMC 참가자들이 제시하는 앞으로의 기준금리 예상치, 즉 '점도표'를 통해 Fed 내부에서 올해 2번가량의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는 지난해 12월 금리인상 때 제시한 약 4번에 비하면 상당히 후퇴한 것이다.

옐런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부분의 (FOMC) 위원들은 이제 지난해 12월에 예상했던 것과 비슷한 경제적 결과를 얻으려면 당시(작년 12월)에 예상했던 것보다 낮아진 정책금리 경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b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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