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9개월간에 걸쳐 벌어지는 축구장 대하 드라마가 막을 올렸다. 그런데 1회 첫 장면부터 여러 번 돌려 봐도 질리지 않을 극적인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310초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본 사람들조차 입을 다물 수 없었다. 2016 K리그 클래식 개막 첫 토요일 스틸야드는 그렇게 뜨거운 용광로로 타올랐다.최진철 감독이 이끌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가 12일 오후 4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2016 K리그 클래식 1라운드 광주 FC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전 추가 시간에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내며 3-3으로 비겼다.먼저 웃은 쪽은 원정 팀 광주 FC였다. 지난 해까지 FC 서울에서 뛰던 골잡이 정조국을 데려와 해결사 역할을 맡긴 광주 FC는 85분이 넘어서까지 2-0으로 앞서나가며 감격적인 개막전 원정 경기 승리를 눈 앞에 두었다. 그 중심에 정조국이 우뚝 서 있었다. 경기 시작 후 17분만에 동료 미드필더 김민혁의 전진 패스를 받은 정조국이 오른발 대각선 슛으로 선취골을 터뜨렸다. 이 점수판으로 전반전이 끝나고 그 어느 경기보다 뜨거운 후반전이 열렸다. 후반전에만 모두 5골이 터져나올 줄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지난 시즌 FC 서울에서 11경기밖에 못 뛰며 1득점이라는 초라한 기록을 남기고 광주 FC의 노란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정조국은 66분에도 빼어난 움직임으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왼쪽 측면에서 이으뜸이 날카롭게 찔러준 공을 향해 순간적으로 빠져들어가는 감각이 돋보였다.정말 이대로 원정 팀 광주 FC의 승리로 끝나는 듯 보였던 경기는 87분 35초부터 92분 45초에 이르기까지 딱 310초만에 놀라운 반전 드라마를 찍었다. 물론, 이미 70분에 경기의 변수가 생긴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기도 했다. 정조국의 추가골을 도운 왼쪽 풀백 이으뜸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한 것이다. 팀이 잘 나가고 있을 때 카드 관리를 잘못한 꼴이 되고 말았다. 포항의 뒤집기 신공은 후반전 교체 선수 양동현의 발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88분, 라자르가 뒤로 내준 공을 받은 양동현은 부드러운 퍼스트 터치 실력을 자랑하며 오른발 감아차기 만회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그로부터 약 100초마다 한 골씩 더 터진 셈이다. 90+1분에 심동운이 오른발 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광주 골키퍼 최봉진의 손끝에 닿기는 했지만 워낙 강한 슛이어서 튀어올라 크로스바 하단에 맞고 골문 안에 떨어진 것이다. 그리고 약 2분도 안 되어 황지수의 역전골이 터졌다. 라자르가 왼쪽 측면을 허물며 낮게 깔아준 크로스가 일품이었다. 축구를 아는 사람 누구도 믿기 어려운 3골의 기적이 단 310초만에 만들어졌다. 포항의 펠레 스코어 대역전승으로 경기가 그렇게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스틸야드 극장은 또 하나의 반전 결말을 남겨놓고 있었다. 90+7분 광주 FC의 마지막 공격이 포항 골문 앞에서 전개될 때 이종민의 드리블을 포항 수비수 김대호가 막다가 밀기 반칙을 저지른 것이다. 이동준 주심이 이를 정확히 짚어내며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그리고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광주 FC 선수는 올해 만 나이로 23살이 되는 새내기 미드필더 김정현이었다. 엄청난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지만 김정현은 강심장이었다.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골문 오른쪽 구석을 제대로 노린 것이다. 이렇게 3-3 명승부의 반전 드라마가 완성된 셈이다. 끝날 때까지 손에 땀을 쥐며 즐기게 되는 2016 K리그 클래식 대장정이 이렇게 막을 올린 것이다.2016 K리그 클래식 1라운드 결과(12일 오후 4시, 스틸야드) 포항 스틸러스 3-3 광주 FC [득점 : 양동현(88분,도움-라자르), 심동운(90+1분,도움-김동현), 황지수(90+3분,도움-라자르) / 정조국(17분,도움-김민혁), 정조국(66분,도움-이으뜸), 김정현(90+8분,PK)] ◇포항 선수FW : 라자르 AMF : 심동운, 문창진(46분↔김광석), 정원진(67분↔김동현) DMF : 황지수, 손준호 DF : 김대호, 배슬기(74분↔양동현), 김원일, 박선용 GK : 신화용 ◇광주 선수FW : 조성준, 정조국(90+1분↔김진환), 송승민 MF : 여름, 김민혁(73분↔박동진), 이찬동(74분↔김정현) DF : 이으뜸(70분-퇴장), 김영빈, 홍준호, 이종민 GK : 최봉진
심재철기자 sports_sp@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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