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의 역사적 대결로 증시에서도 AI 관련 종목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 달 가상현실(VR) 관련 종목에 쏠렸던 관심이 이번에는 AI주로 몰려드는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AI주 대부분이 알파고 외에는 특별한 호재가 없는데다 일부 종목은 실적이 극히 부진한만큼 '묻지마' 식 투자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9단과 알파고의 첫 대국이 열린 지난 9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인공지능 부품을 만드는 에이디칩스는 53.92% 치솟았다.

로봇 생산 업체인 디에스티로봇유진로봇도 각각 14.18%, 2.75% 뛰었다. 제이씨현시스템은 협력사인 엔비디아의 기술이 알파고에 적용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2.56% 상승했다.

AI 관련주의 이같은 상승은 지난 달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전후로 VR 관련주가 급등했던 것과 닮아있다. 당시 VR주로 꼽혔던 큐에스아이, 쎄니트, 에스코넥 등은 일제히 상한가까치 치솟았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MWC에 참석해 "삼성전자와 세계 최고의 VR을 구현하겠다"고 말하면서 국내 증시에서 VR 관련주가 요동친 것이다.

VR주는 그러나 MWC가 끝나자마자 열기가 급격히 식으면서 대부분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큐에스아이는 이달 들어 10% 이상 떨어졌고 에스코넥도 6% 넘게 밀렸다.

AI주 역시 알파고 이슈가 소멸될 경우 비슷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이미 한국전자인증 등 일부는 이 9단과 알파고 대국이 벌어지기 전 급등했다가 이후 급락해 10% 가까이 떨어졌다.

더욱이 AI주 가운데 주가가 가장 많이 뛴 에이디칩스는 지난해 1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해 지난달 5일 거래정지 되기도 했다.

이가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드론, AI, VR 등을 미래 핵심키워드로 삼고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현 시점에 이와 관련된 수혜는 일부 중소 IT 기업에만 해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막연한 AI관련주보다는 인공지능 기술 진화로 커지게 될 스마트카, 로봇 시장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기술 진화로 미리 프로그램된 목적에 따라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로봇 등이 늘어날 전망"이라며 "이는 국내 하드웨어 업체들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와 관련한 기업으로 고영(무인화), 에스에프에이(자동화), 이오테크닉스(원칩화), 유진로봇 등을 꼽았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