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이 11일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이 11일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기가 삼성그룹 제조 계열사 중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현대자동차는 투명경영 의지를 담은 ‘기업지배구조헌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11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이날 전국에서 54개 상장기업의 정기 주주총회가 일제히 열렸다.

◆삼성전기 이사회 의장에 외부인사

삼성전기는 서울 역삼동 메리츠타워에서 주총을 개최한 뒤 이사회를 열어 의장에 사외이사인 한민구 서울대 공과대학 전기컴퓨터공학부 명예교수(68)를 선임했다. 한 명예교수는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장, 한국특허정보원 이사장 등을 지냈다. 사내이사로 정광영 경영지원실장(전무)을 신규 선임했다.

삼성전기를 비롯해 삼성전자 삼성SDS 등 이날 주총을 연 삼성 제조 계열사들은 그동안 대표이사들이 맡아온 이사회 의장직을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 가운데 선임할 수 있도록 정관을 고쳤다. 다만 삼성전기를 제외한 다른 계열사들은 이날 외부인사가 아니라 대표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삼성전자는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주주, 기관투자가 400여명과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등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정기주총을 열었다. 권 부회장은 “47년간 이어온 삼성의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해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박재완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장(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삼성전자 주총장에선 송광수 전 검찰총장, 신종균 사장을 각각 사외이사와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데 반대하는 주주의견이 나왔다. 박 원장의 사외이사 선임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 이에 따라 이 건을 전자표결하면서 주총이 약 3시간30분간 이어졌다.

◆현대차, 주주권익 강화 선언

현대자동차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주총에서 주주의 권익 보호를 강화하고 공정한 기업 활동을 하겠다는 내용의 기업지배구조헌장을 발표했다. 현대차 기업지배구조헌장은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명확히 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주주, 고객 등 이해관계자들의 권익 증진에 앞장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작년 4월 이사회 내 주주 권익보호 기구로 출범한 ‘투명경영위원회’ 구성과 역할, 활동 등도 상세히 소개했다. 사외이사 4인으로 구성된 투명경영위원회는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서 주주의 권익을 반영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현대차는 배당을 전년보다 33% 늘어난 주당 4000원으로 결정했다.

현대차 주총에선 사내이사로 정의선 부회장을 재선임하고, 이원희 사장을 새로 선임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사외이사로는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와 이유재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재선임됐다.

◆포스코, “연 1조원 비용 줄인다”

포스코는 올해도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해 고강도의 저비용, 고효율 정책을 펴 연간 1조원의 비용을 절감하기로 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주총에 참석해 “포스코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첫 순손실을 기록한 것에 대해 주주들에게 사과한다”며 “올해는 비용구조, 사업구조, 수익구조 등을 혁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58조1920억원, 영업이익 2조4100억원, 당기순손실 960억원의 실적을 냈다. 최정우 가치경영센터장(부사장)은 “극한적 저비용, 고효율 경영으로 연말까지 1조원의 비용을 절감하겠다”며 “수익 향상을 위해 부가가치가 높은 ‘월드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을 늘릴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기술 판매 및 엔지니어링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최 센터장은 사내이사로, 이명우 동원산업 대표는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또 올해부터 분기 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금호산업은 오는 28일 주주총회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장을 사내 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김현석/최진석/강현우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