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민병원 김종민 대표원장 "수천명 해외환자 찾는 외과전문병원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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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병원 전성시대 (8)
전국 두 개 뿐인 외과전문병원
갑상샘 내시경 수술 국내 최다
전국 두 개 뿐인 외과전문병원
갑상샘 내시경 수술 국내 최다
2008년 5월, 서울 강북구 미아동 민병원 앞 보도에서 70대 노인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행인이 몰려 노인을 둘러쌌지만 모두 어쩔 줄 모르고 당황했다. 당시 민병원이 문을 연 지 한 달밖에 되지 않던 때였다. 환자가 별로 없어 병원을 살피던 김종민 민병원 대표원장(사진) 눈에 노인이 들어왔다.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혈압도 잡히지 않았다. 김 원장은 바로 노인을 등에 업고 병원으로 데려왔다. 김 원장의 등에 구토를 했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뇌출혈이었다. 응급조치를 한 뒤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도록 했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다음날 병원에 환자가 몰렸다. 길 가던 노인을 살린 의사가 있다고 입소문이 난 것이다.
하루 30~40명이던 환자는 단숨에 100명으로 늘었다. 김 원장은 2년 동안 병원 4층 당직실에서 살며 환자를 봤다. 집에 간 날이 열흘밖에 되지 않았다. 8년이 지난 뒤 민병원은 국내에서 갑상샘 내시경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병원이 됐다. 김 원장은 “젊은 의사가 ‘싸가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오는 환자가 많다”고 했다. 그는 “치료를 잘하면서 인간적인 병원, 수천명의 해외 환자가 찾는 외과 전문병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민병원은 국내 두 개뿐인 외과 전문병원 중 하나다. 서울에는 하나뿐이다. 외과 전문의 8명, 내과 전문의 6명이 머리를 맞대고 환자를 치료한다. 전문병원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갑상샘, 유방 재건, 복강경 탈장수술 등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광고 한 번 하지 않았지만 환자들이 지방에서도 온다. 대학병원에서 진단받고 이 병원에서 수술하는 환자도 많다.
김 원장은 점심시간마다 회진을 돈다. 식사하지 못하는 보호자가 있으면 병원 밥을 챙겨주기 위해서다. 대학병원으로 옮긴 중환자가 있으면 문병을 간다. 장례식장에도 가 가족을 위로한다.
김 원장은 의대 본과 3학년 때 외과의사의 자세를 배웠다. 실습을 위해 위암 환자 수술방에 들어갔는데 수술을 못할 정도로 암이 퍼져 있었다. 집도한 담당 교수는 환자 배에 손을 올리고 한참 동안 자리를 지켰다. 그는 “안타까워하는 은사님을 보면서 ‘저게 외과의사구나’ 했다”며 “의사가 되기도 전에 외과에 가겠다고 손을 들었다”고 말했다.
민병원에는 어딜 가나 ‘환자를 섬기는 병원’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모든 가치는 환자다’는 미국 메이요클리닉 운영 철학을 본뜬 것이다. ‘세이 예스(Say YES)’라고도 붙어 있다. 일본 가메다병원의 서비스 원칙이다. 김 원장은 휴가 때면 전 세계 병원을 돌며 벤치마킹한다. 그는 “환자 얘기를 전부 듣기 때문에 대기 시간이 길다는 불평도 종종 듣는다”고 했다.
이 병원에는 비정규직 직원이 한 명뿐이다. 본인 사정이 없는 한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직원이 대학에 가면 등록금을 준다. 직계가족을 포함해 올해만 8명의 등록금을 내줬다.
내년 새 건물로 병원을 옮기면 직원을 위한 보육시설도 설치할 계획이다. 그는 “10년이 지나도 지금 직원이 모두 근무하는 병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 해외 진출 계획도 말했다. 그는 “수술 잘하는 외과병원으로 의료 한류를 이끌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전문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우수병원입니다. 복지부로부터 난도 높은 질환에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인증받은 전국의 병원 111개가 전문병원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혈압도 잡히지 않았다. 김 원장은 바로 노인을 등에 업고 병원으로 데려왔다. 김 원장의 등에 구토를 했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뇌출혈이었다. 응급조치를 한 뒤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도록 했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다음날 병원에 환자가 몰렸다. 길 가던 노인을 살린 의사가 있다고 입소문이 난 것이다.
하루 30~40명이던 환자는 단숨에 100명으로 늘었다. 김 원장은 2년 동안 병원 4층 당직실에서 살며 환자를 봤다. 집에 간 날이 열흘밖에 되지 않았다. 8년이 지난 뒤 민병원은 국내에서 갑상샘 내시경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병원이 됐다. 김 원장은 “젊은 의사가 ‘싸가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오는 환자가 많다”고 했다. 그는 “치료를 잘하면서 인간적인 병원, 수천명의 해외 환자가 찾는 외과 전문병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민병원은 국내 두 개뿐인 외과 전문병원 중 하나다. 서울에는 하나뿐이다. 외과 전문의 8명, 내과 전문의 6명이 머리를 맞대고 환자를 치료한다. 전문병원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갑상샘, 유방 재건, 복강경 탈장수술 등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광고 한 번 하지 않았지만 환자들이 지방에서도 온다. 대학병원에서 진단받고 이 병원에서 수술하는 환자도 많다.
김 원장은 점심시간마다 회진을 돈다. 식사하지 못하는 보호자가 있으면 병원 밥을 챙겨주기 위해서다. 대학병원으로 옮긴 중환자가 있으면 문병을 간다. 장례식장에도 가 가족을 위로한다.
김 원장은 의대 본과 3학년 때 외과의사의 자세를 배웠다. 실습을 위해 위암 환자 수술방에 들어갔는데 수술을 못할 정도로 암이 퍼져 있었다. 집도한 담당 교수는 환자 배에 손을 올리고 한참 동안 자리를 지켰다. 그는 “안타까워하는 은사님을 보면서 ‘저게 외과의사구나’ 했다”며 “의사가 되기도 전에 외과에 가겠다고 손을 들었다”고 말했다.
민병원에는 어딜 가나 ‘환자를 섬기는 병원’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모든 가치는 환자다’는 미국 메이요클리닉 운영 철학을 본뜬 것이다. ‘세이 예스(Say YES)’라고도 붙어 있다. 일본 가메다병원의 서비스 원칙이다. 김 원장은 휴가 때면 전 세계 병원을 돌며 벤치마킹한다. 그는 “환자 얘기를 전부 듣기 때문에 대기 시간이 길다는 불평도 종종 듣는다”고 했다.
이 병원에는 비정규직 직원이 한 명뿐이다. 본인 사정이 없는 한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직원이 대학에 가면 등록금을 준다. 직계가족을 포함해 올해만 8명의 등록금을 내줬다.
내년 새 건물로 병원을 옮기면 직원을 위한 보육시설도 설치할 계획이다. 그는 “10년이 지나도 지금 직원이 모두 근무하는 병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 해외 진출 계획도 말했다. 그는 “수술 잘하는 외과병원으로 의료 한류를 이끌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전문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우수병원입니다. 복지부로부터 난도 높은 질환에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인증받은 전국의 병원 111개가 전문병원으로 등록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