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AI와 월스트리트의 제왕···내일을 알고 싶은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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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의 대결이 온 국민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바둑을 모르는 사람도 과연 누가 승리할 것인가에 궁금증을 표시하거나, 9일 알파고의 승리 소식으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드러내면서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인공지능` 열풍에 휩쌓였다.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역사시대 이전부터 인간은 생존을 위해 내일을 알고 싶어했고, 이제는 더욱 더 먼 미래를 갈구한다. 종교나 점쟁이의 영역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과학의 영역으로 진입했다.금융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산업이다. 오늘의 예금이 1년 뒤에 원금과 이자로 돌아오고, 이번달에 가입한 연금보험은 최소한 10년 뒤에는 보험금으로 매월 나눠 받을 수 있다. 주식이나 펀드에 가입하면 반드시 수익이나 손실이 미래에 실현된다. 현재의 의사결정이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다.A.I.가 바둑천재를 상대로 서전을 장식하면서 새삼 주목받는 것이 `로보 어드바이저`이다.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에 비해 `탐욕과 공포`에서 안전하고 인간이기에 가진 한계를 넘어보자는데서 로보 어드바이저는 출발한다. 과거에는 시스템 트레이딩, 알고리즘 트레이딩으로 불리던 것이 IT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투자자들에게 성큼 다가왔다.로보 어드바이저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개인의 투자폴트폴리오 뿐만아니라 거래소 안팎의 상당부분을 사람이 아닌 프로그래밍된 로봇이 매매한다. 1987년 블랙 프라이데이의 한 원인으로 자동화된 프로그램 매매가 지목받을 정도였다. 거대한 헤지펀드와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같은 월가의 대형은행들은 매년 이같은 매매시스템을 개발하고 유지하기 위해 조 단위의 연구개발(R&D)을 하는 실정이다.1980년대 월가는 1974년 닉슨 대통령의 금 태환 정지 결정으로 통화와 채권, 상품시세의 변동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면서 이를 이용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기업의 자금조달이나 M&A, 금융자문을 하던 전통적인 투자은행가의 입지는 좁아진 반면 트레이딩 룸을 호령하는 새로운 부류가 승승장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초 이미지를 풍기는 카우보이 같던 기존 트레이더와 딜러 사이에 `로켓과학자`로 불리는 퀀트(Quant)가 하나 둘 자리잡기 시작한 것도 이 때다.당시 월가를 호령하는 투자은행은 `살로먼 브러더스`였다. 국채와 MBS를 비롯한 채권 트레이딩으로 천문학적 수익을 안겨준 장본인은 존 굿프렌드(John Gutfreund)였다. 굿프렌드<*Gutfreund는 독일어 gut(=good)과 freund(=friend)의 합성어>는 마이클 루이스의 `라이어스 포커(Liar`s Poker)`와 롱텀 캐피탈 매니지먼트(LTCM)의 영광과 몰락을 다룬 로저 로웬스타인의 `천재들이 실패했을 때(When Genius failed)`에서 그야말로 `매매의 화신`으로 그려진다.그 유명한 100만달러 짜리 포커 게임은(1970~80년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트레이더로서의 캐릭터와 매매의 감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려는 따뜻한(?) 배려를 알 수 있는 사례에 불과하다.살로먼의 회장으로 승진한 굿프렌드는 여전히 매매에 관여했지만 1991년 국채 스캔들이 터지면서 결국 사임했다. 위기에 몰린 살로먼은 워렌 버펫이 개입해 간신히 생존했지만 이후 씨티그룹에 인수되었고 `살로먼`이라는 간판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0일 외신들은 `월스트리트의 왕`이 향년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일제히 보도했다.월가를 지배했던 최고의 트레이더와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로보 어드바이저의 공통점은 바로 `미래를 사고 판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과 인공지능 모두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바둑판처럼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내일을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A.I. 그 A.I.가 인간과 같은 이유로 내일을 궁금해 하고, 노력해서 얻어낸 예측을 인간처럼 사용할 것인지 지금은 알 수 없다.확실한 것은 내일을 탐구하려는 노력이 계속되는 한 인간이든 A.I.든 보다 내일에 가깝게 다가갈 것이라는 점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월스트리트의 왕`에게 경의를 표한다.최진욱기자 jwchoi@wowtv.co.kr한국경제TV 핫뉴스ㆍ[속보] 이세돌, 인공지능 알파고에 2연패ㆍ[불황 속 틈새] `dog 패션` 시장 초호황‥인기 아이템 살펴보니..ㆍ태양의후예 송혜교 ‘모연쌤 완성美’ 여심 저격...“이런 천사 처음이야”ㆍ‘미세스캅2’ 김성령, 역대 가장 아름다운 미스코리아 진(眞)중 1위ㆍ[카드뉴스] 나를 잊지 못할걸?…이색 명함의 세계ⓒ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