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직관
미국 발명가 딘 카멘은 ‘현대의 에디슨’으로 불리는 발명 천재다. 그가 실리콘밸리를 열광시킨 발명품을 만들었다. 스티브 잡스와 제프 베조스는 시제품을 보자마자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극찬했다. 전설적 투자자 존 도어는 단숨에 8억달러를 내놨다. 그 결과는? 6년 동안 겨우 3만개 팔리는 데 그쳤다. 회사는 10년 후에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그 제품은 1인용 전기 스쿠터 ‘세그웨이’다.

이유는 뭘까. 잡스는 디지털 분야 전문가였고, 베조스는 전자상거래 달인이었으며, 존 도어는 인터넷 기업과 소프트웨어의 투자 귀재였다. 이들은 교통수단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 이들의 오류는 자신들이 그동안 성공했던 ‘직관’에만 의존했기 때문이다.

31세에 와튼스쿨 최연소 종신교수로 임명된 경영사상가 애덤 그랜트는 이를 직관의 오류라는 한마디로 설명한다. 그는 《오리지널스》라는 책에서 “과거에 성공을 거둔 사람일수록 자신만만한 나머지 자신이 성공한 상황 외에는 진짜 중요한 예외적 사고를 수용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직관 외의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합리성의 초석이며, 모든 결정은 집합 정보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느낌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는 행동경제학에서도 이미 다룬 문제다. 첨단 과학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직관과 계산, 감각과 연산의 합이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에 대해 의외로 보수적인 사고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연산을 만들어내는 것이 알고리즘일 뿐이라는 것을 책에서는 배웠어도 현실에서는 잊고 만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걸 놓고 “인간 고유 영역으로 생각하던 직관력을 사용해 승리했다”는 평가가 많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생명공학과 전투현장 등 거의 모든 곳에서 인간의 능력을 대신할 것이다. 연산작용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기계가 인간을 능가하는 ‘궁극적 승부’는 이미 정해져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 뇌의 비밀을 아직 10%도 모른다. 1000억개에 이르는 인간의 뇌신경 세포를 이해하려면 30만년이 걸린다는 얘기도 있다.

아무리 뛰어난 기계 장치와 연산 기능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 많다. 문학이나 철학 같은 마음의 영역과 예술 분야의 미묘한 정서 등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성찰’이라는 인간 고유의 영역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이라도 그것을 만드는 것은 곧 인간인 것을.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