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드라마'로 끝난 '세기의 대결'…알파고, 이세돌마저 꺾었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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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AI가 겨루는 '세기의 대결'은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렸다. 5번에 걸쳐 진행되는 대국 중 첫 번째 경기였다.
대국은 이 9단의 첫 수로 시작됐다. 그가 잡은 돌은 흑(黑). 이번 대국은 중국 규칙에 따라 진행됐다. 백(白)을 잡은 기사에게 7.5집을 더해주는 방식이다. 바둑은 먼저 두기 시작한 사람이 유리하기 때문에 나중에 둔 사람의 불리함을 보상하기 위한 규칙이다.
이 9단의 첫 수에 이어 알파고는 장고(長考)를 뒀다. 2분 가량을 소요하며 초반 승부에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대국 초반은 계산해야 할 경우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알파고의 고전이 예상됐었다.
김효정 프로기사는 "초반 상황이 이세돌에게 좋지 않다"고 분석했다. 유창혁 9단은 또한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이세돌에게서 약간의 실수가 나왔다"고 말했다.
70수 후반대로 접어들면서 이 9단이 분위기를 회복했다. 알파고가 실수를 연발하며 악수(惡手)를 뒀기 때문이다.
유 9단은 "알파고 입장에선 판세에 변화를 주기 위해 대응했는데 결과는 평범하게 두는 것보다 못한 상황으로 흘러갔다"며 "바둑에서 말하는 '돌의 체면을 못 세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승리의 추가 이 9단에게 기우는 듯했으나 알파고는 막판에 승부를 뒤집었다. 이 9단이 방심하는 틈을 정확히 파고 들었다. 상황을 전환하기 위해 날카로운 승부수를 사용했다. 이 9단은 당황한 듯 중간중간 머리를 긁적이기도 했다.
이후 이 9단은 맹렬하게 추격전을 펼쳤으나 좀처럼 집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이 9단은 알파고에 돌을 던져 불계패를 당했다. 경기가 시작한 지 3시간30분 가량이 지난 4시30분에 세기의 대결은 막을 내렸다.
유 9단은 "이 9단이 상대가 인공지능이라 긴장을 한 것 같다"며 "결과가 충격적이지만 오히려 첫 번째 패가 약이 되면서 이 9단이 남은 대국을 편안하게 치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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