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빅3 시대'] 유한양행, 국내 제약사 첫 '매출 1조 클럽'
유한양행은 2014년 국내 제약사 가운데 처음으로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한 제약사다. 지난해에도 10% 이상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1조1000억원을 넘어섰다. 유한양행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한 블록버스터 의약품 판매로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원료의약품(API) 수출이 새로운 성장동력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의 C형간염 치료제 ‘하보니’를 비롯, 후천성면역결핍증 치료제 원료 등을 공급하고 있다. 길리어드의 C형간염치료제는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10조원 이상 팔린 초대형 의약품이다. 선진국 원료의약품 매출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올해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률을 보이며 국내 제약사 중 처음으로 API 수출로만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판매 능력에서 유한양행은 탁월한 역량을 보이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의 ‘트라젠타’(당뇨) ‘트윈스타’(고혈압), 길리어드의 ‘비리어드’(B형 간염) 등은 유한양행이 판매를 맡아 국내 시장에서 연간 700억~900억원씩 팔리는 초대형 품목으로 성장시켰다.

[국내 제약사 '빅3 시대'] 유한양행, 국내 제약사 첫 '매출 1조 클럽'
유한양행은 최근 들어 그동안 취약점으로 꼽혔던 신약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유망 바이오벤처에 투자하고 연구개발비를 대폭 인상해 미래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6개월 동안 바이오니아, 제넥신, 코스온 등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신약 기술들을 도입하고 있다. 2015년 9월 바이오니아에 100억원을 투자해 지분 8.7%를 확보하고 신약 개발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오니아는 세미알앤에이(SAMiRNA)를 이용한 고형암, 특발성폐섬유화증 억제제 등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 회사다. 11월에는 200억원 규모의 제넥신 유상증자를 통해 제넥신이 보유한 지속형 항체융합단백질 치료제 제조기술 개발에 참여했다. 제넥신은 지속형 항체융합단백질 치료제 제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인 코스온의 지분 3.9%를 150억원에 인수했다. 기능성 화장품 시장 진출을 겨냥한 투자로 풀이된다.

올해 연구개발(R&D) 예산도 전년보다 37% 늘렸다. 지난해 700억원이던 R&D 예산을 1000억원으로 대폭 증액하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바이오신약과 화학신약, 개량신약 등 9개 후보물질의 국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신약 파이프라인 가운데 가장 기대되는 후보물질은 바이오신약으로 개발 중인 퇴행성 디스크질환 치료제 ‘YH14618’. 2011년 엔솔바이오사이언스와 공동개발 및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국내 임상 2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퇴행성 디스크 질환은 허리 디스크의 퇴행으로 디스크 구조가 붕괴해 발병한다. 수핵의 85~90%를 차지하는 수분이 빠지면서 탄력이 줄고, 디스크가 닳아 찢어지면서 발병한다. 전문가들은 “도입 전문의약품 판매와 원료의약품 수출로 올해도 안정적인 성장을 보이며 1조2000억원대 매출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며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바이오벤처 투자와 연구개발 성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