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렇구나] 우리은행에서 국민은행 예·적금 파는 까닭은?
‘왜 다른 은행 예·적금 상품을 파는 걸까?’ 우리은행에서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가입하려는 소비자는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 예·적금을 권하는 창구 직원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은행에 퇴직연금용 예·적금 상품이 없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규제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은행 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의 자사 원리금 보장 상품 편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보니 경쟁사 상품을 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7월부터 퇴직연금감독규정 개정에 따라 은행 퇴직연금 가입자의 원금보장 상품 운용처가 다른 은행의 예·적금, 증권사나 보험사의 원금보장 상품 등으로 바뀌었다. 과도한 금리 경쟁을 막고 자사 상품보다는 다양한 상품을 발굴해 고객 자산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라는 취지다. 은행업계가 다음달 14일 출시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자사 예·적금 상품을 편입할 수 있도록 요구했지만 금융위원회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증권사도 자사 원금보장 주가연계증권(ELS)을 퇴직연금에 담을 수 없게 됐다. 다만 보험사는 자사 원금보장 상품 판매가 허용된다. 보험사들은 별도로 분리된 특별계정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한다. 자기 회사 상품이 섞여있더라도 퇴직연금 운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또 금융회사 임직원은 자사 퇴직연금 상품이 아무리 좋더라도 가입할 수 없다. 퇴직연금은 회사가 부도나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재산이기 때문에 금융회사는 사내 예치가 금지돼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도 미래에셋증권이나 미래에셋생명보험의 퇴직연금 상품에 가입하지 못한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