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LG도…공장 짓기 힘든 나라
세계 최대 규모로 건설되는 삼성전자 경기 평택 반도체공장이 임시 전력으로 운영될 위기에 처했다. 이웃 지방자치단체인 경기 안성시와 충남 당진시가 1년 넘게 전력 공급 공사를 허가하지 않고 있어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당진시는 당진화력발전소에서 삼성 평택공장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필요한 북당진변전소 건설사업을 1년3개월째 허가하지 않고 있다. 한국전력이 주민 동의를 받고, 광역지자체인 충청남도에 행정심판도 청구했지만 꿈쩍도 안 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11월 당진시를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냈지만, 양측이 한 번씩의 변론만 했을 뿐 결론이 없다.

또 다른 전력 공급로인 안성변전소에서 평택공장을 잇는 송전선로는 지난해 5월 안성시의 반대로 건설공사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한전은 오는 5월까지 대안을 마련해 다시 협의할 계획이다. 다급해진 삼성전자는 평택 오성발전소에서 전력을 임시로 끌어오기로 했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복수의 전력 공급원을 확보하지 않고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2017년 평택공장을 완공하더라도 전력 공급 불안으로 공장을 가동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현장 관계자들은 말했다.

삼성도 LG도…공장 짓기 힘든 나라
경기 파주시에 LG디스플레이의 OLED (유기발광다이오드) 공장을 짓고있는 GS건설이 공장 부지 옆에 자체 레미콘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레미콘트럭 기사들이 올 들어 갑자기 ‘오후 5시 무조건 퇴근’을 결정하면서 완공 시기가 늦춰질 것을 우려해서다. 레미콘공장을 지어 레미콘을 자체 수급해서라도 당초 목표인 2017년에 공장을 완공하겠다는 것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 레미콘을 공급하는 기사들은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5시면 퇴근하고 있다. 날씨 등으로 작업이 지연되더라도 추가 작업을 전혀 하지 않는다. 추가 근무 수당을 준다고 해도 요지부동이다.

레미콘트럭 기사들이 올 들어 오후 5시에 ‘칼퇴근’하는 것은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에서 하루 8시간만 운행하도록 하는 ‘8·5제(오전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를 강제하고 있어서다. 연합회는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미콘 공급 차질로 지난해 11월 시작한 공사가 지연되자 GS건설은 현장에 레미콘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레미콘트럭 기사들은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

파주=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