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이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골조를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이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골조를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경기 평택 고덕산업단지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건설현장은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공장다웠다. 크레인 등 가동되는 중장비만 280대에 달한다.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도 4000명에 이른다. 공사가 진행되면 투입되는 인력은 1만명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공사가 진전되는 것과 함께 공장 주변은 물론 평택시내 곳곳에서도 아파트 건설이 한창이었다.

그런데도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조마조마함을 감추지 못했다. 주변 지방자치단체들이 평택 공장에 전력을 공급할 송전선로와 변전소 건설을 허가하지 않고 있어서다. 자칫하면 공장을 준공하고도 전력이 모자라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공장 짓기 힘든 나라, 한국] 15조 투자한 삼성 평택공장…"전력 부족해 가동 멈출까 피 마른다"
◆1년째 확보하지 못한 전력공급원

반도체공장은 24시간 365일 쉬지 않고 돌아가야 한다. 1초만 멈춰도 수백억원의 피해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반드시 다수의 전력공급원을 확보해야 한다. 한 군데 발전소가 고장나면 다른 곳에서 전기를 끌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 평택공장은 그렇지 못하다. 한 개의 공급원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평택시내 오성발전소에서 끌어오는 전력이 고작이다. 이웃 지자체인 당진과 안성 두 곳에서 전력을 끌어오기로 했지만 허가를 받지 못했다. 지자체가 반대해서다. 한국전력은 충남 당진화력발전소에서 전기를 끌어오기 위해 2014년 11월 북당진에 변전소 건설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당진시의 반대로 1년 넘게 허가를 얻지 못했다. 충청남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지난해 1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진행은 지지부진하다.

안성시도 마찬가지다. 서안성 변전소와 평택공장을 연결하는 송전선로를 지어야 하지만 주민 반대로 1년째 진척이 없다. 한전은 지난해 5월부터 대안을 내놓기 시작했지만 1년이 지난 오는 5월에나 대안이 마련된다고 한다. 일부 구간의 송전선로를 땅에 묻어 지중화(地中化)하는 것이 골자지만 누구의 비용으로 할지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삼성은 건설 중인 평택 1공장을 2017년 완공할 예정이다. 이 공장은 평택 오성발전소에서 끌어오는 임시전력으로 돌릴 수 있다. 만약 오성발전소에 문제가 생기면 공장을 멈춰야 한다. 추가 공장 건설은 현재로선 꿈도 못 꾼다. 전력공급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중국 반도체 업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투자 계획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기적인 지자체, 속수무책 정부

세계 최대의 반도체공장이 지어지고 있는데도 전력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당진시, 안성시 등 지자체의 이기주의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이들 지자체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긴 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선거로 지자체장을 뽑는데 주민이 반대하는 송전선로 건설 등을 허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지자체 간 의견이 상충되면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 하지만 현지에서 중앙정부의 존재감은 없었다. 지난해 평택공장 송전선 문제가 불거지자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이 평택을 찾았다. 이들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이 해결할 문제”라는 결론만 낸 채 돌아갔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와 한전은 “우리가 나서 지자체를 설득하기는 힘들다”고 해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협력업체를 당진이나 안성에 나눠 배치하는 등의 유인책을 정부가 마련하면 좀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누구도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평택=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