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서 3년 이상 근무하라"…'이근면식 인사' 놓고 시끌시끌
세종시 공직사회가 인사 시즌을 맞아 시끌시끌하다. 잦은 순환보직 관행을 막기 위해 한자리에서 3년 이상 근무해야 다른 자리로 옮길 수 있게 하는 공무원임용령이 올해 처음 적용되면서다. 기획재정부 등 주요 부처 공무원들은 “전문성 강화라는 큰 방향은 맞지만 부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지침”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종전에도 공무원임용령에선 공무원의 잦은 전보를 막기 위한 규정이 있었다. 국장급 1년, 과장급은 1년6개월, 과장 이하는 2년 이상 한곳에서 일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장관 등 기관장의 필요에 따라 예외 조항이 있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작년 9월 공무원 전문성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임용령을 개정하면서 기관장 관련 예외조치를 없앴다. 게다가 국·과장급 2년 이상, 과장급 이하는 3년 이상 한자리에서 일하도록 필수보직기간을 대폭 강화했다.

이 같은 ‘이근면 룰’이 적용되면서 부처 상당수의 인사가 예년보다 늦어지고 있다. 일부 실·국 소속 사무관은 물론이고 국·과장급 불만도 커지고 있다. 정책 총괄 부처인 기재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재부 세제실 예산실 등은 1년 단위로 연쇄 이동하면서 정책을 총괄하는 능력을 쌓는 인사 관행이 있기 때문이다.

예산실 관계자는 “예산은 다양한 과를 많이 경험해야 전문성이 쌓이고 큰 그림에서 예산을 배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며 “특정 분야 예산만 오래 맡다 보면 해당 부처 논리에 매몰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소속 국·실에 따라 ‘냉탕·온탕’ 차이가 뚜렷한 사무관들 사이에서 불만이 높다. 한 사무관은 “예산실이나 정책조정국 업무 강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 3년 이상 머물라고 하면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사무관 사이에선 인기가 좋은 세제실을 ‘세제수저’, 국제금융국은 ‘국금수저’란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인사처 관계자는 “부처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지만 예외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