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저층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같은 단지라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분양가는 저렴한 데다 최근에는 다양한 특화설계까지 도입되고 있어서다. 실수요자라면 개성에 실속까지 챙길 수 있어서 아파트의 저층은 선호 대상이 되고 있다.

건설사회들도 저층 특화를 통해 실수요자 잡기에 나섰다. 그동안 저층은 사생활 침해, 소음 등의 단점이 있어 당첨되더라도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건설사들은 분양성을 개선하기 위해 다른 층에서는 볼 수 없던 특화설계를 적용하고 있다. 1층의 특성상 전체 가구 중에 차지하는 비율은 많지 않아 희소가치가 부각되면서 기준층보다 높은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금성백조주택이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2차 동시분양 당시 선보인 A17블록에서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주택형은 복층형 테라스 설계가 적용된 1층의 전용면적 84㎡D 주택형이었다. 이 주택형 14가구에는 1순위에서만 194명이 몰리며 13.8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펜트하우스인 같은 면적 E(1.67 대 1)·F(6.0 대 1)·G(7.0 대 1) 주택형보다 되려 높았다.
래미안 위례신도시 테라스하우스 조감도.
래미안 위례신도시 테라스하우스 조감도.
특화설계가 적용된 1층에는 웃돈이 더 높게 붙는 경우도 흔하다. 지난해 11월 입주한 ‘래미안 위례신도시’는 테라스 설계를 적용한 1층이 같은 면적의 일반 주택형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기록하고 있다.

전용면적 124㎡는 저층 테라스형 주택형과 4층의 일반 주택형으로 나뉜다. 테라스 주택의 최고가격이 약 9억9700만원, 일반 주택형이 8억1400만원 정도였다. 현재 부동산114 시세 기준 테라스형의 매매가는 12억5000만원 정도로 2억5000만원가량의 웃돈이 붙었지만, 일반 주택형의 매매가는 9억6000만원대로 1억원 정도 프리미엄이 차이 난다.

1층 자체의 가격이 낮다 보니 특화설계가 적용됐지만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예컨대 지난해 11월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한 ‘동탄 자이파밀리에’ 1층에 지하 다락방이 추가된 전용면적 84㎡A 주택형의 분양가는 3억2300만원 정도였다. 반면 같은 면적 5층 이상 분양가는 3억3000만원 이상으로 책정됐다. 비슷한 다락방이 들어가지만 15층에 있는 같은 면적 분양가는 3억6400만원으로 더욱 높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기존 저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필로티 설계나 서비스 공간 확충 등을 통해 개선되고 있는 데다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층간소음 스트레스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는 점 등이 쾌적한 생활을 원하는 수요자에게 선택받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건설회사도 고질적으로 미분양으로 남았던 저층 물량에 대한 부담을 저층 특화설계로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분양을 준비하는 단지도 이런 저층 특화설계를 적용하고 있는 곳이 적잖다. GS건설이 다음달 동탄2신도시 A8블록에서 분양하는 ‘동탄파크자이’(979가구)는 1층 46가구에 테라스가 포함된 특화설계를 적용한다. 삼면이 녹지로 둘러싸여 있는 지리적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계획됐다.

삼성물산이 서울 광진구 구의1구역 재건축을 통해 분양하는 ‘래미안 구의 파크스위트’에는 ‘래미안 아뜰리에 하우스’ 설계가 적용된다. 당초 활용하기 어려웠던 지하 피트(PIT) 공간을 1층 가구의 녹음실, 스튜디오, 영화감상실 또는 DIY룸 등 다양한 취미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별도의 주방과 욕실까지 구비돼 있다. 이 단지는 지하 3층, 지상 10~23층, 12개동 854가구(전용 59~145㎡)로 1층은 7가구(전용 122~145㎡)다.

GS·현대·포스코건설이 다음달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관광문화단지(한류월드) 도시개발구역 M1·2·3블록에서 분양하는 복합단지 ‘킨텍스역 원시티’도 복층형 테라스 설계를 적용했다. 이 단지는 지상 최고 49층, 15개동 2194가구(전용 84~142㎡) 규모다. 이 중 오피스텔 84㎡ 16실을 1층과 2층을 통합한 테라스 복층형으로 꾸민다.

e편한세상 테라스 오포에 조성되는 테라스.
e편한세상 테라스 오포에 조성되는 테라스.
대림산업이 경기 광주시 오포읍 신현리 149 일원에서 공급하는 ‘e편한세상 테라스 오포’(573가구)에도 특화 설계가 반영됐다. 문형산 자락에 자리 잡아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지형적 특성을 반영한 테라스하우스 설계가 도입된다. 저층부 43가구(전용 84㎡T, 122㎡T 타입)는 전형적인 테라스하우스로 최대 약 71㎡의 테라스가 조성된다. 전 가구에 4.9~7.6㎡ 규모의 오픈형 테라스 공간을 설계해 기존 아파트에서는 누리기 어려웠던 가드닝 바비큐 등이 가능하다.

한화건설이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서 분양 중인 ‘광교상현 꿈에그린’(639가구)은 일부 동의 1층 전용 120㎡ 11가구를 복층(1층, 하부층) 구조의 평면으로 제공한다. 단지의 높이 차이를 이용해 필로티의 일부를 하부층으로 특화한 것이다. 다용도 스튜디오 등으로 이용하거나 다세대가 동거할 수 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