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유아가 다른 나라 영·유아보다 잠을 적게 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같은 또래 서양 아이들과 비교하면 1시간 이상 적게 잤다.

안영민 을지병원 소아과 교수가 미국 필라델피아어린이병원 연구팀과 함께 세계 17개 나라 영·유아 3만명의 수면시간을 조사한 결과 한국 영유아의 수면시간이 유독 짧았다고 19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지 2월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36개월 이하 영·유아를 한국과 아시아 국가(일본 중국 홍콩 인도 등), 서양 국가(호주 캐나다 미국 영국 등) 3개 그룹으로 나눈 뒤 수면시간을 비교했다. 한국 영·유아는 하루평균 11시간53분 잠을 잤다. 아시아 국가 평균인 12시간19분보다 26분, 서양 국가 평균인 13시간1분보다 1시간8분 짧았다.

한국 아이들은 영·유아에게 꼭 필요한 낮잠도 적게 잤다. 한국 아이들의 하루평균 낮잠 시간은 2시간26분이었다. 아시아(3시간)와 서양 아이들(3시간9분)은 모두 3시간을 넘겼다. 한국 아이는 낮잠을 자는 횟수(1.64회)도 아시아(2.04회)나 서양(2.08회)보다 적었다.

한국 아이들은 밤잠도 늦게 잤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평균 오후 10시8분이었다. 아시아와 서양 아이들은 이보다 빠른 9시25분, 8시25분에 각각 잠을 청했다. 한국 아이는 수면의 질도 떨어져 밤에 잠을 자다가 깨는 횟수가 평균 1.49회였다. 서양 아이(1.13회)보다 잦았다.

연구팀은 한국 영·유아의 생활 습관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추정했다. 잠잘 시간에 늦게까지 TV를 보거나 부모와 함께 자는 아이가 많은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한국 영·유아 중 부모와 따로 자는 아이는 5.5%에 불과했다. 서양 아이들은 66.2%가 부모와 따로 잤다. 또 잠을 재우기 위해 우유나 젖을 먹이는 습관 때문에 잠을 자다 깨는 아이가 많다고 분석했다.

안 교수는 “한국 부모의 47%가 아이 수면습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며 “자녀 수면시간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