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 길수록 줄어드는 수명
출퇴근 시간 붐비는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을 겁니다. 저 역시 가끔 아침 식사를 못 하고 나온 날에는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출근 시간 동안 어지러워서 고생한 적이 있는데요. 출퇴근 시간이 길면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크리스틴 호에너 미국 워싱턴대 의대 교수팀은 2000~2007년 건강검진을 받은 텍사스주 12개 도시 거주자 429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출퇴근 거리가 먼 사람일수록 건강이 나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출퇴근 거리가 15㎞ 이상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고혈압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24㎞ 이상인 출퇴근자들은 지방 과다, 비만인 비율이 높았습니다. 장거리 출퇴근자들은 불면, 우울증, 분노 등 정신적인 고통도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출퇴근 시간 길수록 줄어드는 수명
에리카 산도브 스웨덴 우메아대 지리학과 교수가 스웨덴 인구 통계국 자료를 토대로 출퇴근 거리와 사망률을 조사한 결과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장거리 출퇴근 여성의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54%나 높았습니다.

조수현 중앙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오랜 시간 출퇴근으로 유발되는 스트레스가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켜 뇌혈관질환과 심혈관질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출퇴근 시간을 줄이기는 어려운 만큼 ‘건강하게 출퇴근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 텐데요. 버스나 지하철에 앉아서 이동할 때는 자세를 바르게 해 척추와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다리를 꼬거나 머리를 숙이지 말고 허리, 어깨를 바르게 하는 게 좋습니다.

이상윤 중앙대 재활의학과 교수는 “서서 이동할 때는 양쪽 다리에 체중을 고르게 분산하고, 가방은 백팩이나 크로스백을 메는 게 좋다”며 “무릎과 발목을 수시로 스트레칭하고 발뒤꿈치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동작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책이나 스마트폰을 볼 때는 30㎝ 이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가용보다는 지하철 등을 이용해 걷는 시간을 조금 더 늘리면 도움이 됩니다. 나이가 젊어 건강에 자신이 있더라도 오랜 시간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들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출퇴근할 때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있을 때는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