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가상현실(VR)은 기술을 활용해 현실과 비슷한 상황이나 환경을 구현해 사용자가 주변 환경과 상호 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만들어주는 인간과 컴퓨터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뜻한다. 초기 가상현실 기술은 전투기, 전차 등 각종 군사훈련 시뮬레이터로 발전해 실제 훈련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목적으로 활용됐다.

이후 교육 의료 등의 원격제어, 탐사 등 과학적 목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고비용, 기술 호환성 등을 해결하지 못해 부진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주도가 돼 영화 게임 등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를 일반인이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고 휴대할 수 있는 가상현실기기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가상현실 기기는 크게 스마트폰 연동, 게임 콘솔 연동, 독자 기기 형태로 구분된다. 스마트폰 가상현실 기기는 스마트폰에 탈부착하는 방식으로 독자 기기에 비해 비교적 싼 편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5월 갤럭시S6와 결합해 가상현실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는 헤드셋 기기 기어VR을 출시했다.

구글은 스마트폰 사용자가 싼 가격으로 쉽게 체험할 수 있게 종이로 제작한 카드보드VR을 생산해 가상현실 기기 보급을 확대하는 플랫폼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소니는 게임분야의 역량을 바탕으로 자사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콘솔과 연동되는 게임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프로젝트 모피어스를 개발했다.

“진정한 가상현실의 대중화는 오큘러스VR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큘러스VR은 영상을 반으로 만드는 기술, 화면에 배치된 렌즈에 동작 감지와 가속도 센서를 장착해 머리의 움직임에 따라 눈앞에 보이는 가상현실 시점이 바뀌는 최첨단 기술로 현실적인 표현과 몰입감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6’에서 가상현실 기기가 무인자동차와 함께 최대 키워드로 떠오르자 일상생활 속 증강현실(AR) 실현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증강현실은 사용자와 가상의 배경·환경 정보를 중첩해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말한다.

증강현실은 기술적 적용이 가상현실보다 수월하고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연동할 수 있기 때문에 적용 산업 범위가 가상현실보다 넓다. 기존 하드웨어, 전자상거래, 데이터 비즈니스, 기업용 앱(응용프로그램), 광고뿐만 아니라 수많은 산업 생태계와의 상호 연관성을 통해 앞으로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란 예상이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시장은 상호 연관성이 가장 큰 장점이며 높은 성장성이 기대된다. 영국 투자은행 디지캐피털은 세계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관련 시장 규모가 올해 50억달러, 2020년에는 약 1500억달러로 성장할 것을 예상했다. 이 중 증강현실 시장 규모는 1200억달러로 가상현실 시장보다 더 빠른 속도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수요 확산에 따른 성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개발이 하드웨어 개발에 비해 미미한 점을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꼽고 있다. 콘텐츠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중성과 효용성이 떨어져 성장세가 주춤할 가능성도 있다.

------------------------------------------------------------------------

'입는 컴퓨터'가 금융·헬스케어 돕는 시대 열어

웨어러블 기기

웨어러블 기기는 안경 시계 의복 등 신체에 착용하거나 부착해 다닐 수 있는 전자 기기를 말한다. 1960~70년대 미국 휴렛팩커드 등에서 개발한 LED(발광다이오드) 손목시계, 손목시계 겸 계산기 개발이 시초다. 1990년대 들어 컴퓨터 기술과 보급이 확산한 뒤로는 타이핑과 저장 기능을 보유한 기기들이 등장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스마트폰, 태블릿 PC와 모바일 인터넷의 상용화로 수집된 정보를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전송 연동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음성 입력, 센서 인식, 디스플레이 기술 발달로 사용 편의성이 높아졌고, 컴퓨팅 기능을 지닌 모든 전자제품을 연결하는 통신환경(사물인터넷:IoT) 진입으로 진화와 활용도가 가속화하는 추세다.

2010년 이후 5년 가까이 성장세를 이어오던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정체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TNS 등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작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9.8%에 그쳐 상용화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다.

대신 구글,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미래 혁신 제품과 신성장 동력으로 웨어러블 기기 개발에 집중하며 모바일 분야의 트렌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구글은 2013년 4월 구글 글라스, 삼성전자는 같은 해 9월 갤럭시기어, 애플은 작년 4월부터 애플워치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현재까지 출시된 웨어러블 기기는 크게 시계·밴드, 안경, 액세서리, 의류형으로 구분된다. 시계·밴드는 가장 활발하게 제품이 출시되는 분야로 스마트폰과 연동한 통화, 문자 등의 통신 기능과 생체정보, 운동량 측정 기술을 활용한 헬스케어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 스포츠용품 기업도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안경은 음성 인식을 통한 사진 및 동영상 촬영, 영상통화뿐만 아니라 증강현실을 이용한 차량 내비게이션 기능 등이 지원되는 다양한 정보 융합·통합형 서비스를 두 손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제공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액세서리 기기는 기능적 유용성에 디자인 감각을 가미한 반지 목걸이 팔찌 등으로 각종 전시회에 소개되고 있다. 랄프로렌 등 패션 브랜드는 의류에 생체 정보를 측정하는 센서를 내장해 이용자의 심장박동수, 신체 사이즈, 움직임 등을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개발업체와 연구기관은 웨어러블 기기를 단순 통신 기능뿐만 아니라 금융서비스, 헬스케어 등으로 일상생활 속 활용 범위를 넓혀나가는 추세다. 세계 최대 결제대행업체 페이팔은 2014년 11월부터 스마트워치업체인 페블에 지급결제 앱(응용프로그램)을 내장해 자사 가맹점에서 생성한 결제코드를 인식하는 결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6’에서 근접무선통신(NFC) 기반의 삼성페이 서비스를 기어S2에 적용할 것으로 발표했다. 구글은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웨어러블 이용자에게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는 메커니즘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다. 당 측정 센서를 내장한 콘텍트렌즈 개발도 성공해 환자는 렌즈를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작년 서울대 연구원은 파킨슨병 환자가 피부에 붙인 뒤 필요할 때마다 스스로 약물을 투여할 수 있는 스마트스킨을 개발했다. 최근 심장박동수와 심전도 등 생체 정보를 측정·저장할 수 있는 웨어러블 소자 개발에도 성공한 점을 고려하면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몸 상태를 자동으로 검사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란 예상이다.

최현만 < 미래에셋그룹 수석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