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각종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할 때 ‘공정거래위원회 리스크’를 염두에 둔다. 은행 등 금융회사의 일괄 협조가 필요한 정책을 추진했는데 나중에 공정위가 담합 등 불공정행위에 해당한다며 금융사에 제재를 가할 수 있어서다.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이달 수도권에서부터 도입한 은행권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때도 금융위와 전국은행연합회는 공정위 ‘자문’을 수차례 받았다.

이 같은 관행이 생긴 계기가 2012년 시작된 공정위의 CD 금리 담합조사다. 지난 15일 공정위가 시중은행들에 CD 금리를 담합했다는 취지의 심사보고서를 보내면서 다시 한번 논란이 되고 있는 그 사안이다. 금융당국은 가뜩이나 국내외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공정위가 해묵은 사건을 들춰냈다며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게다가 은행들이 “당국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 항변하면서 ‘법대로 하겠다’는 공정위와의 사이에 끼여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공정위와 은행 간 진실공방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자칫하면 정부부처 간 싸움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금융정책이란 큰 틀에서 보지 않고 공정위가 형식적인 법 논리만 고집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게 솔직한 속내다. CD 금리 담합 의혹도 실상은 건전성 확보를 위해 은행에 CD 발행을 자제하도록 유도했고, 그 결과 시장이 위축되면서 금리가 움직이지 않았을 뿐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해명이다.

은행들이 최종적으로 과징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 오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금융위와 금감원은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은행의 자금 조달에도 악영향을 미쳐 건전성에 심각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