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요우커, 달라진 쇼핑] 한국 관광이 답해야 할 질문들…"서울·제주·면세점 말곤 없나요?"
지난 11일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4번 출구 앞 한 카페. 요우커 장린 씨(26)는 의류상가에서 쇼핑을 즐긴 뒤 이곳에서 밀크티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중국에서 인기 있는 동대문에 와서 옷을 사 나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쇼핑백을 들어보이며 ‘셀카’를 찍은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즉시 ‘인증샷’을 올렸다.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외면하고 있다는 우려와 달리 현장에서 만난 요우커들의 표정은 밝았다. “음식도 맛있고 쇼핑도 실컷 할 수 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같은 날 가로수길에서 만난 슈지아맹 씨(24)는 “한국 대학생들이 이곳에서 쇼핑을 즐긴다는 얘기를 듣고 방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우커 쇼핑의 미래를 걱정할 만한 대목도 많았다. 장씨는 “가이드가 면세점만 세 번 데려갔다”며 “나중에는 다 똑같이 느껴졌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 같은 불만 탓인지 요우커의 씀씀이가 예전처럼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동대문 의류상가에서 여성복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몇 년 전에는 커다란 비닐 쇼핑백에 옷을 쓸어담다시피 했는데 요새는 두세 벌만 사고 가버린다”고 전했다.

한국을 다시 찾는 요우커도 줄고 있다. 2011년 31.5%였던 요우커의 한국 재방문율은 2014년 20%까지 떨어졌다. 쇼핑 위주로 관광이 이뤄지다 보니 기억에 남는 관광지가 없다는 게 재방문율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장씨도 “인상 깊은 관광지가 어디냐”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스마트폰을 한참 뒤적이던 그는 청와대, 경복궁 등 사진을 찾아낸 뒤 “이곳이 뭐 하는 곳이냐”고 되물었다. 슈씨도 “서울 제주도 말고는 갈 만한 곳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30대를 중심으로 일본 관광을 선호하는 요우커가 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바이두, 웨이보 등 온라인 게시판과 SNS에는 “일본은 도쿄와 오사카 외에도 특색 있는 관광지가 많고 사람들도 친절하다”는 후기가 이어진다. 아직은 요우커들이 한국을 찾고 있지만 새로운 관광지는 없는지, 관광 일정엔 왜 면세점만 수차례 들어 있는지 묻고 있다. 이들의 질문에 답해야 할 때다.

이수빈 생활경제부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