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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창의 데스크 시각] 총장 직선제의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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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창 부국장 겸 지식사회부장 leejc@hankyung.com
    [이재창의 데스크 시각] 총장 직선제의 향수
    한때 이 땅에 대학 총장 직선제 광풍이 분 적이 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로 요약되는 정치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직선제=민주화’라는 등식이 통했던 시절이다. 1987년 목포대를 시작으로 1988년 연세대, 1990년 고려대를 거쳐 1991년엔 서울대가 직선제를 도입했다. 직선제 바람이 절정을 이룬 1996년엔 전국의 모든 국립대와 사립대의 절반 가까이(44%)가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했다.

    대학가의 민주화 상징처럼 여겨졌던 총장 직선제는 도입 초반부터 정치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표를 얻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정치논리가 작동했다. 교수들에게 사과상자를 돌리는 건 기본이었다. 어떤 후보는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호텔식당으로 교수들을 초대했다. 교수들은 연일 접대를 받았다. 교수들의 몸값이 치솟았다. 말 그대로 교수들 세상이었다.

    파벌싸움에 난장판 된 직선제

    선거가 과열되면서 후생복지비 현실화와 교직원 복지기금 확충 등 포퓰리즘 공약이 쏟아졌다. 총장 후보와 교수들의 ‘보직 암거래’가 성행했다. 학교마다 교수들의 줄대기에 따른 파벌이 하나둘씩 생겼다. 총장 당선 후 논공행상은 정치권과 다를 바 없었다. 낙선자 측은 총장 흠집 내기에 열을 올렸다. 선거 후 학교는 사분오열됐다. 정치판의 난장판과 닮은꼴이었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결국 1997년 성균관대가 직선제를 폐지했다. 고려대와 연세대가 그 대열에 합류했다. 2012년엔 교육부의 국립대 선진화방안에 따라 모든 국립대가 직선제를 폐지했다. 직선제 폐지는 금권·파벌싸움으로 얼룩진 교수 사회의 비뚤어진 문화가 일궈 낸 결과였다. 직선제를 걷어찬 것은 교수들이었다.

    최근 들어 일부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직선제 부활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교수들이 목소리를 키우면서 곳곳에서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총장 교체기를 맞은 국공립대학에선 거의 예외없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현재 10개 국립대가 직선제 등 총장 선임을 둘러싼 정부와의 갈등으로 총장을 뽑지 못한 채 대리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직무대행체제가 1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대학도 있다.

    생존 위한 대학 경쟁력 키울 때

    직선제 복귀는 안 될 말이다. 과거의 난장판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교수추천위에서 후보를 압축하고 이사회에서 최종 낙점하는 간접 선출방식을 택한 서울대조차도 지난해 총장 선임을 놓고 사분오열되는 심한 갈등을 겪었다. 직선제로 가면 이와는 비교할 수 없는 혼란과 갈등을 빚을 게 뻔하다.

    직선제는 그렇지 않아도 경쟁력이 떨어진 우리 대학들의 존립마저 뒤흔들 것이다. 이미 대학은 위기다. 학령인구가 급속히 줄고 있다. 유치원과 초중고 학생이 1년 새 17만명 가까이 줄었다. 이미 상당수 지방대가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몇 년 뒤면 문 닫는 대학들이 속출할 것이다.

    게다가 온라인 공개강좌인 무크(MOOC)를 통해 하버드대 등 전 세계 유명대학 교수들의 강의를 듣고 학점을 인정받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경쟁력 없는 대학과 교수들은 퇴출될 수밖에 없다. 대학은 직선제 타령할 정도로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과거의 향수에 젖어 직선제를 주장할 게 아니라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을 경쟁력을 키우는 데도 시간이 부족하다.

    이재창 부국장 겸 지식사회부장 lee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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