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IFRS4 2단계 2020년 도입…국내 적용범위·영향 예상보다 적을 수도
2020년 2단계 국제회계기준(IFRS4) 도입을 두고 생명보험업계의 우려가 크다. 회계기준이 달라지면서 생명보험사들의 부채 규모가 급증해 40조원의 자본을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사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공개 예정인 IFRS4 2단계 기준서와 이를 바탕으로 감독당국이 내놓을 상품분류 기준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0조원 자본 확충 비상

IFRS4 2단계 기준서는 하반기 공개될 예정이다. 부채평가의 핵심인 상품의 분류기준과 할인율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서 생명보험사들의 주가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 보험사들이 적용하고 있는 ‘부채적정성평가(LAT)’는 상품을 유배당 확정형, 유배당 연동형, 무배당 확정형, 무배당 연동형, 변액보험 등 다섯 가지로 분리해 결손금이 발생하는 계약과 잉여금이 발생하는 계약의 손실을 상계하고 있다. 그러나 IFRS4 2단계에서는 잉여금과 결손금 상계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개별 계약의 결손금은 모두 부채로 계상된다. 새로운 회계기준이 적용됨에 따라 생명보험업계 전체적으로 40조원 이상의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 발생한다.

유럽연합(EU)은 2018년 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중간단계로 자기자본규제를 대폭 강화한 ‘솔벤시2(Solvency II)’를 올해부터 도입했다. ‘솔벤시2’는 계약별 결손금을 분리 산출한다는 점에서 IFRS4 2단계와 같은 맥락에 있다. 하지만 IFRS4 2단계는 발생하지 않은 이익인 예상 미래이익을 부채에 포함시키는 반면 솔벤시2는 기납입보험료와 미납입보험료의 장래 이익은 보험사의 미래 자본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IFRS4 2단계를 도입하면 보험사의 안정성을 의미하는 지급여력비율이 100% 이하로 하락하는 생보사는 9개, 100~150% 구간은 4개가 된다. 업계 전체적으로 생보사 13~14곳이 어려운 환경에 처한다. 제도 도입을 위해서 생보업계가 전체적으로 유상증자와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40조원 이상의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솔벤시2 기준을 적용한다면 지급여력비율 100% 이하 보험사는 1개, 100~150% 수준의 보험사는 4개로 예상된다. 이 같은 파장을 고려한다면 조정의 여지를 열어둘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손금 줄어들 여지 있어

IFRS4 2단계의 준용은 가입 국가의 의무 도입 사항은 아니다. 기준서가 정해지면 각 국가의 감독당국은 개별 회계기준과 보험사 상황을 고려해서 적용 범위를 정한다. 회계기준과 지급여력비율의 표준화를 강조하는 솔벤시2도 원칙은 명문화돼 있지만, 각 보험사의 내부 모형으로 지급여력비율을 산출하고 감독당국은 이를 승인하는 자율적 방식으로 운영한다. 따라서 2020년 IFRS4 2단계가 도입될 때 감독당국은 국내 보험사 상황을 충분히 고려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유럽의 일부 보험사는 상품을 확정형·연동형이 아닌 보장성·저축성 등 다른 분류 방식을 적용한다. 현재 국내 부채적정성평가의 문제는 유배당 확정형 부채다. 만약 유럽 보험사의 기준을 국내 생보사에 적용하면 유배당 확정형의 결손금이 타 상품의 잉여금으로 희석돼 전체 결손금 규모는 큰 폭으로 줄어든다.

부채평가의 상품 분류가 달라진다고 해서 경영 실체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솔벤시2도 회사별 특수 상황을 고려해주고 있다. 따라서 감사보고서에 포함된 각 보험사의 결손금 수치와 무관하게 연내 공개될 IFRS4 2단계 기준서, 감독당국의 상품 분류에 따라 실제 결손금 규모는 큰 폭으로 줄어들 여지가 있다.

국내 생보사 특성을 고려할 때 외국 기준을 일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과 미국의 장기보험상품은 주계약 중심의 전통형 상품으로 설계돼 있다.

반면 국내 보험사들의 상품은 주계약에 최소 2개에서 많게는 200개의 특약이 포함돼 있다. 국내 보험사는 1997년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적정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판매해왔다. 고금리 확정형 부채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해외 선진 보험사들의 상황에 기반해 만들어진 회계기준을 국내에도 일괄 적용하기는 어려움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론적으로 기준서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은 남아있지만 시장의 우려에 비해 제도 적용 범위와 영향은 생각보다 적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윤태호 <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taeho3123@truefriend.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