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인원 280명 밤 11시 넘어 모두 귀환
"산처럼 쌓인 완제품 하나도 못 챙겨" 울먹
정부, 공단에 공급되는 전기·용수 차단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 방침을 밝힌 다음 날인 11일 북한이 기습적으로 공단 내 남측 인원 전원을 추방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를 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에서 물품 반출을 준비하던 남측 인원들은 이날 밤늦게 빈손으로 쫓기듯 모두 공단을 빠져나왔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은 영구 폐쇄 순서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서해 군통신선과 판문점 연락채널을 폐쇄하는 조치를 내리면서 대화채널도 끊겼다. 남북 관계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이전으로 회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입주 기업인들 망연자실 > 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성공단기업협회 긴급 이사회가 끝난 뒤 침통한 표정으로 이사회 논의 결과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이전 회귀
당초 이날 오후까지 파주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한 개성공단 출입은 원활하게 이뤄졌다. 기업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기업당 1~2명과 트럭 1~2대씩을 들여보내 원부자재와 생산품을 빼내는 작업을 벌였다. 12일에도 반출 작업을 하기 위해 이날 밤 일부 인원이 공단에 체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오후 4시50분께 갑작스럽게 이들에게 ‘오후 5시30분까지 모두 나가라’고 통보했다. 이후 공단은 대혼란에 휩싸였다. 철수 방침이 각 업체 직원들에게 전달되는 데만 2시간이 넘게 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인들은 중요 문서를 파쇄하고 공장 내 전기 및 가스를 급히 잠갔다.
기업 자산을 동결하고 개인 물품의 반출만을 허용하겠다는 북한 방침에 따라 공장 설비는 물론 완제품을 놔둘 수밖에 없었다. 기업인과 정부 당국자, 공단 지원 인원 등 총 280명은 밤 9시가 넘어서야 공단을 빠져나와 247대의 차량에 나눠 탔고, 밤 11시5분께 파주 남측 CIQ를 통해 귀환할 수 있었다. 정부는 밤 11시53분부터 개성공단과 개성주민들에게 공급되는 전기와 용수를 모두 끊었다.
신발 위탁 가공업체 제이앤제이의 강성호 개성 법인장은 귀환 직후 파주 CIQ에서 기자들과 만나 “완제품이 산처럼 쌓여 있지만 거의 챙기지 못했다”며 “남겨둔 물품 대부분이 임가공 계약이기 때문에 계약 업체에 변상해내야 한다”고 울먹였다. 동우콘트롤 관계자도 “갑자기 통보를 받아 짐을 거의 챙기지 못했다”고 했다. 북측 CIQ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큰 갈등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들 “당장 부도날 수도”
북한의 개성공단 남측 인원 추방과 자산 동결 발표를 지켜본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우리 정부가 철수 시한을 연장해주면 피해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에 더 큰 허탈감에 빠졌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이사회를 열기 직전 북측의 발표 내용을 접하고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정 회장은 “개성공단 기업들은 절벽 위에 서게 됐다”며 “정부가 적절한 보상을 하지 않으면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 의류업체 임원은 “2013년 개성공단 폐쇄 때 피해액이 1조566억원으로 추산됐지만 원자재와 영업권 손실이 빠져 있었다”며 “이번에는 피해가 더 크기 때문에 입주업체들이 ‘멘붕 상태’”라고 전했다.
다른 의류업체 관계자 역시 “완제품을 하나도 못 가져오고 맨몸으로 빠져나오다시피 했다”며 “어렵게 기업을 일궈왔는데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울분을 토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개성공단 외엔 별도 공장이 없는 영세업체가 가장 피해가 클 것”이라며 “당장 이달에 부도 기업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방위사업청이 17일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 관련 분과위원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방사청은 이례적이지만 다음 달 2일 예정된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 전 다시 한번 분과위원회를 개최해서라도 매듭을 짓겠다는 방침이다.방사청은 이날 분과위 회의를 주재하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 등을 심의했지만 논의 결과 모든 안건의 처리가 보류됐다. KDDX는 총사업비 7조8000억원의 국산 구축함 프로젝트로 오는 2030년까지 100% 국내 기술로 6000톤급 군함을 6척 건조하는 사업이다.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KDDX의 사업입찰 윤곽은 이번 분과위에서 드러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수의계약으로 사업 방식이 결정될 경우 개념설계와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이 유리하다는 평가다. 방사청 개청 이래 19차례 함정 설계에서 충무공이순신함을 제외하곤 모두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를 맡았다.반면 경쟁입찰로 진행될 경우 HD현대중공업(-1.8점)과 달리 보안 감점이 없는 한화오션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입찰 방식을 놓고 두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각에선 선도함 1척을 제외한 후속함 5척을 1, 2순위 업체에 각각 3·2척씩 배분하는 공동 개발 및 종합발주 방식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방사청이 이날 수의, 경쟁, 공동 개발 등 다양한 입찰 방안을 논의했지만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이에 따라 공은 이례적으로 다음 분과위 회의로 넘어가게 됐다. 방사청 관계자는 "논의 결과 구체적인 안건 내용과 분과위 의사결정 결과는 방위사업업 제6조 청렴서약제도에 따라 방추위 최종 의결 전까지 공개하지 않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