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2020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둔 보험업계에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2020년 새로운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각 보험사에 ‘3월 말까지 이사회 결의를 거쳐 종합대응계획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행정지도 공문을 보냈다.

IFRS4 2단계 기준은 보험부채를 평가하는 방식을 원가에서 시가 평가로 전환하는 게 골자다. 새 기준이 도입되면 국내 보험사의 부채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도진 중앙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한국회계학회 주최 ‘IFRS4 2단계 도입 콘퍼런스’에서 “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생보사의 보험부채가 2014년 기준 약 42조원 증가해 자본이 대폭 감소한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건전성 유지를 위한 증자 등 보험사의 자본확충 부담이 그만큼 커지는 것으로, 과거 고금리 시기에 확정금리형 장기 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명보험사들은 상당한 부담을 질 것이란 예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생보사의 금리확정형 상품 비중은 44.3%다. 이 가운데 연 7% 이상 확정금리를 적용하는 상품 규모는 92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일부 보험사는 자본 잠식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감원이 행정공문까지 보내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은 국내 보험사가 새 회계기준 도입에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보험사들은 새 회계기준이 보험사 재무구조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점에서 도입 시기가 늦춰질 것으로 기대해왔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 보험사가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 도입에 대한 보험사별 준비 상황을 자체 평가한 결과 전반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실적으로 IFRS 2단계 도입을 미룰 수 없는 만큼 보험사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