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근 기자 ] 코스닥 상장 기업인 제일제강이 경영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기업 인수·합병(M&A)의 핵심 내용을 주식시장 시작 전 허위로 공시했다가 장 마감 후 정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사이 연중 최대인 600만주 이상의 주식 거래가 이뤄져 선량한 피해자들이 양산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일제강은 지난달 22일 오전 8시23분 M&A 계약이 체결됐다는 공시를 냈다. 이때 계약금을 130억원으로 표기했다. 이후 오후 5시48분에 계약금을 50억원으로 수정하는 정정공시를 냈다.

M&A 전문가들은 계약금 규모의 공시가 번복되는 것은 통상적으로 드물다고 지적했다. M&A 진행 과정에서 계약금 규모는 M&A 최종 성사 가능성과 직결돼 있다. 계약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인수자가 중도금과 잔금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증권거래소는 M&A 관련 공시를 할 때 계약금 수령 여부를 확인한 뒤에 공시승인을 내준다. 그러나 이날은 확인하지도 않고 공시를 내줬다가 장 마감 이후에 정정했다.

증권거래소 공시 담당자는 “그날 오전 11시까지 양수인이 양도인에게 계약금 130억원을 지급하는 조건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윰감독원 관계자는 “계약금을 수령하는 시점인 11시 이후에 공시를 하거나 11시까지 계약금을 지급하는 조건이란 것으로 공시사항에 포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증시 전문가는 “M&A가 한번 깨졌다가 다시 성사된 것이어서 더욱 계약금을 실제 수령했는 지 여부를 확인해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제일제강은 이날 연중 최대인 600만주 이상의 주식이 거래되고, 주가는 장중 5780원까지 치솟았다. 주가는 작년 10월 중순 1900원에 불과했으나 M&A를 재료로 급등했다.

또다른 증시 전문가는 “M&A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매집했던 이들이 이날 주식을 대거 처분했을 가능성에 대해 증권 당국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