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변신…리튬전지·해수담수설비·선박용 디젤엔진…세계 점유율 1위 161개
세계 경제가 저성장 시대를 맞이하면서 기업들은 세계 1등 상품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단기간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에서 벗어나 변화를 주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재계의 이런 노력은 해마다 늘어나는 세계 일류상품을 통해 알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해마다 5000만달러 이상 규모의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이 5% 이상이면 5위 이내로 평가하는 ‘현재일류상품’과 7년 이내 5위권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는 ‘차세대 일류상품’을 더해 일류상품을 지정한다. 2015년도 일류상품 인증서 수여식에서는 총 59개 품목(생산업체 67개)이 새로 선정됐다. 기존 일류상품에 대한 자격요건 충족 여부를 재심사해 요건에 미달하는 품목을 뺀 결과 세계 일류상품 수는 모두 680개로 전년 대비 20개 늘었다. 2001년 1차 선정 당시 120개로 출발한 이래 15년 만에 5.7배 증가한 셈이다.
수출기업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변신…리튬전지·해수담수설비·선박용 디젤엔진…세계 점유율 1위 161개
D램 등 세계 일류상품 680개

일류상품 생산기업은 2014년 750개에서 2015년 764개로 증가했다. 일류상품 중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품목은 161개에 달했다. 이들 품목과 생산기업을 살펴보면 한국을 대표하는 퍼스트 무버의 면모가 드러난다.

2001년 이후 한국 제품이 줄곧 세계 시장 1위를 달리는 품목과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끌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D램)가 가장 눈에 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LCD), 두산중공업의 해수담수설비, 가전제품 표면재로 쓰이는 LG하우시스의 고광택 시트, 삼성SDI와 LG화학의 리튬전지 등도 퍼스트 무버로 평가받는다.

중견기업에서는 휴비스가 녹는 점이 상대적으로 낮아 화학접착제 대신 쓰이는 친환경적 섬유인 폴리에스테르 LM으로, 이오테크닉스가 반도체 및 웨이퍼의 칩 표면, 기판 내부 등 각종 재질의 표면에 로고나 상호, 날짜 등 제품 정보를 레이저로 새겨 넣는 레이저마커로 각각 세계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2002년 이후 세계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업체는 6000마력 이상 선박용 대형 디젤엔진을 장악한 현대중공업과 두산엔진, STX중공업이 있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과 함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CJ제일제당의 핵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LCD TV도 세계 1등 제품이다. 중견기업 중에서는 코덱이 카지노용 산업 모니터를, 풍산이 동합금 소전(동전에 무늬를 넣기 전 상태)을 통해 각각 세계 1위 업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섬유·철강 등 중국이 바짝 추격

수출금액만으로 따져보면 어떨까.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세계 수출시장 1위 품목으로 본 우리 수출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 수는 총 65개로 세계 순위 12위로 조사됐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세계 수출시장 전체 품목의 30.4%에 해당하는 1538개 제품을 보유해 1위를 차지했으며 독일(733개) 미국(550개) 등이 뒤를 이었다.

국가별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 수 비중으로 보면 중국은 섬유제품, 독일과 미국 일본 한국 등은 화학제품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중국은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이 섬유제품에 집중돼 있으며 전자기계 등의 1위 품목 수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독일은 화학제품(비중 22.9%)이 가장 많았고, 비전자기계(22.2%), 철강(14.6%) 등이 순위를 이끌었다. 일본은 화학제품(18.8%), 철강(18.3%), 비전자기계(18.3%) 순으로 비중이 높은 편이었고, 한국은 화학제품(32.3%), 철강(16.9%), 섬유제품(12.3%) 등을 중심으로 1위 품목이 분포돼 있다.

한국은 2013년 수출 규모에서 세계 7위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 수는 12위에 그쳤다. 또 중국과 경쟁하는 20개 품목 중 탱커, 특수선 등을 제외하면 중국과 근소한 격차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섬유제품, 철강 등을 포함한 14개 품목에서 중국과 5%대 이하의 점유율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이 중 폴리에스테르 섬유, 철강 등 7개 품목에서 2% 이하의 근소한 점유율 차이를 보였다. 일본과는 화학제품, 고무 등 7개 품목에서, 미국과는 10개 부품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