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순조 때의 학자 홍석모가 지은 민속 해설서 ‘동국세시기’(정승모 풀어씀, 도서출판 풀빛)는 예로부터 전해 오는 연중행사 및 풍속에 관한 얘기를 담은 책이다. 새해 첫날 관련한 여러 일 중 ‘세(歲)’자가 붙은 우리말 자료도 엿볼 수 있다.
설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지만, 예전에 우리네 어머니들은 새해를 앞두고 아이들에게 입힐 새 옷을 정성껏 마련했다. 그것이 ‘설빔’이다. 한자어로는 ‘세장’이라 하는데, ‘설에 옷을 차려입는 일 또는 그 옷’을 가리킨다. ‘빔’은 명절이나 잔치 때 차려입는 옷을 가리키는 우리 고유어다. 명절에 따로 입는 새 옷을 ‘명절빔’이라 하고, 때에 따라 설빔 까치설빔 추석빔 단오빔 생일빔 등으로 불렀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하는 동요에 나오는 설이 까치설날이다. 이는 설날의 전날, 곧 섣달그믐을 이르는 말이다. ‘섣달’이란 음력 12월을 뜻한다. ‘그믐’은 그달의 마지막 날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날 아이들은 까치설빔으로 색동저고리를 입는데 이를 ‘까치저고리’라 부른다.
설에는 웃어른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데, 그때 하는 절이 세배다. 옛날에는 섣달그믐날 저녁에도 웃어른을 찾아 한 해를 보내는 인사를 드렸는데 그것을 따로 ‘묵은세배’라 불렀다. 요즘의 ‘송년인사’쯤으로 보면 된다. 따라서 세배라는 말을 아무 때나 써서는 안 된다. 간혹 집안에 큰일이 있을 때 웃어른에게 정중하게 인사드리라는 의미로 “세배하거라”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잘못 알고 쓰는 말이다. 이때는 그냥 “큰절 올리거라” 정도가 적당하다. ‘큰절’이란 혼례나 제례 따위의 의식이나 웃어른에게 예의를 갖춰야 할 자리에서 하는 절이다. 세배는 ‘설 때 드리는 큰절’을 따로 이르는 말이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드리는 말은 ‘덕담’이라 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둘 만하다. 덕담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주는 말이다. 덕담으로 무난한 것은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올해는 소원성취하게” 정도다. 또는 상대방의 처지에 맞게 “올해는 장가가야지” “돈 많이 벌게나” 정도로 격려하는 것도 괜찮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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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시원 쌤의 신나는 영어여행 - Dwell on…‘생각하다’가 ‘거주하다’로 바뀐 이유는?
abide by라는 표현은 ‘~을 지키다, ~을 따르다’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abide 역시 원래는 ‘~에 머무르다’라는 뜻이랍니다. 그래서 abide in New York이라고 하면 그냥 ‘뉴욕에 체류하다’라는 표현이 됩니다. 그렇다면 왜 abide by에도 이런 뜻이 생긴 것일까요? 생각해 보면, 누군가의 혹은 무언가의 옆에(by) 계속 머무른다는 것은 ‘그것을 참고 견디며 살아간다’라는 말이므로, ‘~을 준수하다’라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랍니다. 그렇기 때문에 abide에 ‘참다, 견디다’의 뜻도 있어서, I can’t abide his rudeness라고 하면, ‘나는 그의 무례함을 참을 수 없다’라는 뜻이 되는 것이지요.
stick to 역시 ‘~을 지키다, 고수하다’라는 뜻인데, 어묵에 막대기(stick)를 꽂으면 고정되듯이, stick to(on)라는 표현을 쓰면 ‘~에 달라붙다’라는 뜻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붙일 수 있는 종이’를 스티커(sticker)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stick 역시도 ‘참다, 견디다’의 뜻이 있기 때문에, I can’t stick this kind of work라고 하면, ‘나는 이따위 일을 참을 수 없다’라는 뜻이 된답니다. 텝스에도 stick to one’s guns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 역시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다, 의견을 굽히지 않다’라는 뜻입니다. 이 표현은 전쟁터에서 적군에 포위되는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도 투항하지 않고, 적을 향해 자신의 무기인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모습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네요.
■ 배시원 선생님
배시원 선생님은 호주 맥쿼리대 통번역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배시원 영어교실 원장을 맡고 있다. 고려대 등 대학과 김영 편입학원, YBM, ANC 승무원학원 에서 토익·토플을 강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