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3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무용극 ‘천’.
내달 2~3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무용극 ‘천’.
신라 공주와 페르시아 왕자의 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춤으로 풀어낸 공연이 열린다. 다음달 2~3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천(千)’이다. 한국무용수이자 안무가인 김선미 창무회 예술감독이 춤을 짰다. 2014년 초연한 작품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 창작산실 육성지원’ 무용분야 재공연 우수작에 선정돼 무대에 오른다.

작품의 소재는 이란 구전 서사시인 쿠쉬나메 설화다. 7세기 중엽 고대 페르시아의 왕자 아비틴이 정변을 피해 신라로 망명했다가 신라 공주 파라랑과 사랑에 빠지고, 이들이 페르시아로 가서 낳은 아이가 훗날 영웅이 됐다는 이야기가 무용극으로 펼쳐진다. 전쟁 장면의 춤은 전통 검무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왕자와 공주가 사랑에 빠지는 장면은 우아한 한국무용 춤사위로 표현한다.

공연은 설화 중 공주의 이야기를 주로 조명한다. 쿠쉬나메 이야기 장면이 끝나면 공주의 넋들임 무대가 이어진다. 고향을 떠나 먼 이국에 묻혀 신라 역사에서는 잊혀진 공주를 위로하는 장면이다. 불교의 천도 의례 중 하나인 영산재 형식을 활용했다. 스님들이 제를 지내는 형식과 의례를 안무로 옮겨왔다. 영산재의 백미로 마음을 정화하는 의미가 담긴 바라춤은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고깔과 장삼 대신 흰 바지를 입은 무용수들이 양손에 바라를 들고 빠르게 움직이며 화려한 춤을 보여준다.

최지연 창무회 부예술감독이 신라 공주, 현대무용가 박호빈이 페르시아 왕자로 출연한다. 국립무용단 주역 출신인 한국무용가 정혁준이 딸을 그리워하는 신라 왕 역을 맡았다. 공연을 기획한 이동민 이오공감 대표는 “쿠쉬나메 설화뿐 아니라 현대 관객이 공주를 바라보며 건네는 위로까지 무대에 담는다”며 “궁중 무용. 불교의식 무용, 무속춤 등 다채로운 춤사위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