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를 기초로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이 잇달아 손실 구간에 들어섰다.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ELS를 발행한 증권회사들도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홍콩H지수가 급락함에 따라 현시점에서 수천억원, 홍콩H지수가 추가로 폭락하면 수조원의 운용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증권사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운용 중인 ELS 발행잔액(37조원) 가운데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위험을 분산(헤지)하기 위해 선물·옵션 거래를 한 물량은 약 14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금액은 홍콩H지수 등락에 따라 헤지운용 위험에 노출된 총액으로 볼 수 있다. 지수가 녹인(knock-in·원금손실) 구간에 근접할수록 주가가 큰 폭으로 움직이면서 증권사들이 ELS 헤지 운용에서 입은 손실이 수천억원에 달한 것이란 추산이다.

투자자뿐만 아니라 증권사까지 대규모 손실 위험에 놓인 것은 자체 헤지의 특성 때문이다. 자체 헤지는 증권사가 ELS 투자자에게 약정한 수익률(통상 연 7%)과 회사가 원하는 일정 수준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선물과 옵션을 직접 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수가 떨어지면 선물을 사고 지수가 상승하면 팔아 차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요즘처럼 홍콩H지수가 급락하면 이 같은 ‘저가 매수-고가 매도’ 운용전략을 제대로 구사하기 힘들다. 파생상품을 사는 데 필요한 자금도 단기간 급증한다. 지수 변동성 연계 옵션에서도 손해가 불가피하다. 투자자는 물론 증권사들도 손실을 보는 배경이다.

허란/송형석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