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전공·일자리 미스매치, 해법은 '무크'
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9.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힘들게 취업을 해도 자신의 전공과 불일치(미스매치)하면 임금을 적게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회적 미스매치 비율이 월등히 높은 인문사회계열 전공자는 어렵게 취업을 해도 임금상의 불이익을 감내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다. 미스매치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프라임(PRIME: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을 올해 추진한다. 수요가 적은 전공의 정원을 수요가 많은 쪽으로 이동시키려는 게 목적이다. 가장 우수한 대학 한 곳에 300억원, 8개 대학에 150억원 등 모두 1500억원을 3년간 매년 지급한다.

금전적 인센티브를 통해 전공 불일치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 같은 방법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경제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분야별 인력수요도 수시로 변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프트웨어 전공학과는 서울대와 KAIST 같은 명문대에서도 정원 미달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부에서 소프트웨어중심대학 20곳을 선정해 최대 110억원까지 지원하며 초·중·고에서도 교육시킬 계획이다. 장기적 수요예측이 점점 어려워지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대학정원을 조정해 수급을 맞추려는 시도는 ‘샤워실의 바보’가 될 확률이 높다.

둘째, 미스매치 문제는 대학교육 전체의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몇 개 대학의 정원을 조정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선정된 대학에만 특혜를 주며 다른 수많은 대학의 재학생에게는 상대적 불이익을 주는 결과가 된다. 셋째, 정부의 지원책을 통해 대학에서 학과 정원을 한 번 정도는 조정할 수 있으나 교수충원 및 학사운영상의 경직성 때문에 사회 요구에 부응해 수시로 바꿀 수는 없다. 학내 구성원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넷째, 취업이 잘 되는 이공계 전공 인원을 늘린다고 해서 미스매치가 순조롭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공계 내에서도 전공분야가 다르고 빅데이터처럼 새롭게 등장하는 분야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사회 요구 사이에 괴리가 크기에 재교육 비용이 많이 든다. 다섯째, 대학 정원 조정은 신입생에게만 해당하며 재학생과 졸업생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변하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 취업을 위한 재교육 기회를 누구에게나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작년 9월16일자 뉴욕타임스에 ‘유다시티(UDACITY)는 수백만명에게 기술을, 그것도 빠르게 가르칠 수 있다고 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25세의 한 여성은 하버드대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고 구글에 취업했다. 그녀가 맡은 직무는 고객서비스였는데 보수는 괜찮았지만 자신의 지적 열정을 자극하기에는 너무 부족했다. 하버드대 재학 중 소프트웨어 과목을 몇 개 들었지만 직종을 바꿀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다. 그녀는 현직에 있으면서 원하는 직종으로 바꿀 수 있는 재교육 기회를 무크(MOOC·온라인공개강좌)기관인 유다시티에서 찾았다. 유다시티는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기업과 협력해 그들이 필요로 하는 과정을 개설함으로써 누구나 실비로 언제 어디서나 ‘나노학위’를 딸 수 있게 한다. 그는 지금 구글에서 프로그래머로 직종을 전환해 일하고 있다.

이 같은 방법의 장점은 정부의 인위적 대학정원 조정과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인력수급을 시장기능에 맡기고,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작년 10월에 시작한 한국형 무크(K-MOOC)에 그런 역할을 전적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정부는 직접 개입할 것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유도해 시장기능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헬조선’을 외치며 절규하는 청년들에게 희망의 길을 열어 줘야 한다.

임진혁 < UNIST 교수·경영정보학 imj@unist.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