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김정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사진)은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쇼 ‘CES 2016’을 다녀왔다. 현장에서 기술혁신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는 “앞으로 사물인터넷(IoT), 무인자동차, 가상현실, 드론 등 첨단제품이 중요한 수출품목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1982년 동력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해 2011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지내는 등 30년간 에너지 정책 분야에 몸담았던 김 부회장은 “에너지 정책은 세계적인 자원 흐름의 추세를 계속 관찰해야 하는 분야”라며 “급변하는 무역환경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무역 1조달러 조기 탈환 방안 마련에 매진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 확산이다. 서울 삼성동 무역협회 사무실에서 김 부회장을 만났다.

▷CES에 가보니 어땠습니까.

“현장에 가보니 첨단기술의 발전 속도가 무척 빠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첨단기술 경연장이었습니다. IoT, 무인자동차, 가상현실, 드론 기술 발달이 눈부십니다. 이들이 무역을 주도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들 분야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이들 산업 발전을 위해 각종 규제 완화가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됩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무역환경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전자상거래는 국가 간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온라인 결제시스템 등 인프라가 발달하고 해외 배송비용이 낮아지면서 그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시장 규모는 지난해 3040억달러로 전년보다 무려 30.5% 늘어났습니다. 온라인쇼핑 이용자도 앞으로 5년간 2.5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3억6000만명 수준에서 2020년에는 약 9억40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무역거래의 패러다임은 구글 등 글로벌 검색엔진과 알리바바 등 온라인마켓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전시회와 수출상담회를 중심으로 거래가 성사됐지만 이젠 온라인을 통해 당사자가 직접 만나게 된 겁니다.”

▷국내 온라인 수출은 어떤지요. 해외 구매자들이 많이 찾아옵니까.

김정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무협, 온라인 무역  길 닦는 중…중소기업 수출에 날개 달아줄 것"
“최근 4~5년 사이에 해외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몰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해외직판’ 혹은 ‘역직구몰’이라고 하는 해외 판매 온라인몰은 2010년 210개에서 2014년 약 1만5000개로 늘었습니다. 다만 국내 온라인 수출은 아직 전체 수출 실적에 비해 미미합니다. 2014년 국내 수출실적은 약 687조원이었습니다. 온라인쇼핑 수출액은 6409억원으로 0.1%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중소 무역업계로서는 전자상거래 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이 여전히 높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구축과 입점 비용이 적지 않은 부담을 줍니다. 관련 시장과 정책에 대한 정보도 부족한 상황이죠.”

▷무역협회에 이런 중소기업을 돕는 지원 정책이 있습니까.

“협회는 기업들이 입점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했습니다. B2C 온라인몰인 ‘케이몰24’(kmall24.com)는 무역협회가 2014년 6월 구축해 운영 중인 글로벌 온라인 해외직판 쇼핑몰 플랫폼입니다. 1500개사의 약 2만5000개 상품이 등록돼 있습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3개 국어로 웹사이트와 모바일앱 쇼핑몰을 운영해 언어권별 최적화된 마케팅이 가능합니다. 배송 결제 및 해외고객관리 업무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해외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 이베이, 아마존재팬, 티몰과도 입점 연계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케이몰24는 중소기업의 해외 온라인수출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전체 입점사 중 70% 이상이 온라인 수출을 처음 시도하는 업체입니다. 온라인 해외판매를 준비 중인 기업은 직접 해외판매용 외국어 쇼핑몰을 운영하거나 유명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해야 합니다. 비용 부담이 크고 입점심사 요건 등이 까다로워 실질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그런 부담을 줄여 수출업무와 제품 개발에만 집중하도록 한 것이 장점입니다. 또 기업은행 전국 영업점을 통해 최저 비용의 정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품설명 번역 및 사진 촬영 등 입점에 필요한 준비도 지원합니다.”

▷기업 간 거래(B2B) 분야는 어떻습니까.

“무역협회는 기업 간 거래 전용 온라인몰 트레이드코리아(tradekorea.com)를 2007년 개설했습니다. 설립 8년 만인 지난해 가입자가 약 22만명으로 늘었습니다. 22만개 국내 중소기업이 온라인몰을 통해서 세계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셈입니다. 홈페이지 내에서 상품 및 기업정보를 등록할 수 있고 인콰이어리(주문서) 수·발신 기능도 있습니다. 해외영업 인력이 없는 중소 무역업체와 내수기업의 온라인 거래를 알선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또 사후관리 지원을 통해 무역 역량 강화와 수출기업화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세계 150만 해외 바이어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해 마케팅 등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세계 사이트 순위 7657위로 방문객의 90%가 해외이용객입니다. 무역협회는 트레이드코리아 사이트 운영체제 노하우를 갖고 개발도상국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습니다.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 및 페루 등 중남미 국가에 사이트 수출 및 온라인 해외마케팅 노하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무역 정보를 제공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트레이드내비(www.tradenavi.or.kr)는 중소·중견기업에 국가별로 다른 무역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2011년 산업통상자원부와 무역협회가 공동으로 구축해 운영 중인 서비스입니다. 세율과 인증, 규격, 기술장벽 등에 대해 정보를 제공합니다. 또 해외주문, 해외기업정보, 시장현황 등 기관별로 산재돼 있는 무역정보를 통합해 품목별로 분류, 제공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정보 획득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중국이 온라인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에도 기회가 아닙니까.

“중국은 전자상거래 선진국입니다. 중국 소비자 대다수가 자국 쇼핑몰을 통해 해외직구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 전자상거래는 712조원 규모였습니다. 해외직접구매만 43조원에 달했죠. 2018년에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 제품에 대한 중국인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중국 내 대형 온라인 쇼핑몰이 한국관을 적극 유치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무역협회는 중국 소비자를 한국 쇼핑몰로 끌어들이기 위한 중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중국어 전용 웹사이트 구축과 한류스타를 통한 마케팅 등 케이몰24뿐만 아니라 G마켓, 11번가 등 국내 대형 쇼핑몰이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역 1조달러 조기 회복을 위한 무역협회의 중점 추진계획은 무엇입니까.

“무역협회는 한국 기업들이 세계 경제 불확실성을 넘어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도록 전방위 지원을 펼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6대 세부 추진 전략을 설정했습니다. 무역현장 중심 지원, 종합 서비스 체제 확립, 무역인력 양성, 신산업 구축 견인, 사회공헌 강화, 글로벌 무역서비스 인프라 확충 등입니다. 이런 노력과 함께 한·중 FTA 발효로 여건이 나아지면서 올해 우리 무역 규모는 1조달러를 소폭 웃돌 것으로 기대해봅니다.”

■ 김정관 부회장은

△1959년 부산 출생 △1982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80년 행정고시 24회 합격 △1982년 동력자원부 △1996년 국제에너지기구(IEA) 파견 △2003년 산업자원부 자원정책과장 △2009년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 △2011년 지식경제부 제2차관 △2015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이지수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oneth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