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테드 CEO
로스테드 CEO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독일 스포츠용품회사 아디다스가 16년 만에 사령탑을 교체한다. 나이키에 밀려 스포츠용품업계 ‘만년 2위(시장점유율 기준)’였던 아디다스는 최근 수년간 실적이 악화됐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선 2위 자리도 미국계 언더아머에 빼앗겼다.

아디다스는 새 최고경영자(CEO)로 독일 소비재 브랜드 헨켈의 카스퍼 로스테드 CEO를 영입하기로 했다고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2001년 취임해 15년간 아디다스를 이끌어온 헤르베르트 하이너 CEO는 내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았지만 일찍 물러나게 됐다. 아디다스는 신임 로스테드 CEO가 오는 8월 초 이사회에 합류한 뒤 10월 초 취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장 한계…후발주자에 시장 뺏겨

2000년대 아디다스가 스포츠용품업계 세계 2위 자리를 굳힌 데는 물러나는 하이너 CEO의 공(功)이 적지 않았다. 그의 재임기간 회사 가치가 30억유로에서 180억유로로 늘었고 매출은 세 배, 순수익과 직원 수는 네 배로 증가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후 아디다스 성장률은 전만 못했다. 2006년 30억유로를 주고 리복을 인수했지만 시장점유율은 되레 하락했다. 2014년 순이익은 4억9000만유로로, 전년보다 38% 급감했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히트상품을 내놓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점유율은 한때 18%(2006년 아디다스 10%, 리복 8%)에서 7%대까지 급락했다.
아디다스, 새 사령탑에 구조조정 전문가
주주들의 속을 긁은 것은 경쟁회사 나이키와 언더아머가 전보다 오히려 잘나간다는 점이었다. 속옷 등 의류 판매에 집중하면서 매출과 이익을 늘린 언더아머는 지난해 미국 시장 점유율에서 아디다스를 눌렀다.

언더아머는 한때 나이키가 잘 쓰던 방법을 따라했다. 농구선수 스티븐 커리 등 스타선수를 내세우고 대학 스포츠팀 유니폼에 자사 로고를 부착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승승장구했다. 반면 아디다스는 너무 많은 브랜드를 내놓은 데다 마케팅 방향도 불분명해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언더아머 주가는 2013년 1월부터 3년간 190% 올랐는데 이 기간 아디다스는 30% 오르는 데 그쳤다. 주주들의 항의가 잇달았다. 지난해 중순에는 투자자들에게 보유 브랜드 리복(스포츠웨어)과 테일러메이드(골프웨어)를 매각하라는 압력도 받았다. 배당률을 50%까지 대폭 늘리겠다고 약속하며 투자자 심기를 달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하이너 CEO
하이너 CEO
아디다스는 작년 2월부터 하이너 CEO의 후임자를 공식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지난해 1~11월 아디다스 영업이익은 2014년 같은 기간보다 10% 늘었지만 CEO 교체 결정을 번복할 정도는 아니었다.

○구조조정 뒤따를 듯

2008년부터 헨켈을 이끌어온 로스테드는 브랜드 포트폴리오 구조조정에 능하고, 주주 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로스테드가 공장 문을 닫고 감원하는 식으로 헨켈 이익률을 높였으며 배당률을 업계 평균(6%)보다 높은 21%까지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아디다스의 20대 주주 중 하나인 유니언인베스트먼트의 잉고 스파이흐 포트폴리오매니저는 CEO 교체 소식에 “무척 좋은 결정”이라며 “새 CEO가 가장 힘써야 할 최우선 과제는 이익률을 높이는 것이며, 로스테드는 헨켈에서 이것을 잘해낸 경험이 있다”고 FT에 말했다. 18일 아디다스 주가는 6.25% 상승 마감했다. 장중 한때 11%까지 급등했다. 반면 헨켈 주가는 이날 3.9% 빠졌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