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캐릭터가 없다"장난끼 가득한 눈으로 진지함을 말하는 배우. 너무 솔직해서 손해보는 일도 많지만, 연기를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감내할 수 있다는 사람 냄새 나는 배우 이희준을 만났다. 영화 `오빠생각`과 `로봇, 소리` 개봉을 앞둔 이희준은 지친 기색도 없이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대구에서 학교를 다니던 21살 청년은 영화, 드라마, 연극 등 하고 싶은 캐릭터가 생기면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다. 공대생이었던 그를 배우로 이끌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공대는 성적에 맞춰서 가게됐는데 늘 뭔가 허무했어요. 그대로 졸업해서 취직할수도 있었지만 행복하지 않고 즐겁지가 않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연극 포스터를 보고 그 극단에 가서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무작정 찾아갔어요. 극단에 들어가서 5~6개월을 청소만 했어요. 그러다 아동극에 3분 정도 출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아직도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 정말 재밌었고 행복했죠. 그래서부모님 반대에도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오게됐어요."21살 때 처음 연극을 했을 때와 17년이 지난 지금, 그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처음 연극 무대에 섰을 때와 한결같은 마름이라는 이희준은 연기하는 순간이 너무 소중하다고 했다. 무교인 그는 촬영 전 항상 신께 감사하다는 기도를 한다. 공연 전과 무대 뒤에서 `오늘 저한테 이렇게 좋은 배우들과 스태프들과 함께 연기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그때랑 지금이랑 마음가짐은 똑같아요. 연극을 처음 시작했을 때 `우와 이렇게 재밌는게 있나` 싶어서 정신을 못차렸어요. `이 일을 평생하고 싶다`라고 생각하면서 여기까지 오게됐는데 그러다 보니까눈앞을 흐리게 만드는 많은 곁가지 들이 생기더라고요. 그런 곁가지를 잘 걷어내고 내가 행복했던 그 마음 그대로 죽을때까지 작품들을 의식있게 선택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고요."이희준은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인물로 살아본다는 점에서 배우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6.25 전쟁 시절 팔을 잃은 `갈고리`, 욕심 많은 국정원 직원 `신진호` 등을 통해 세상을 보는눈이 달라졌다고 했다. 배우로써 그의 목표와 꿈은 무엇일까."작품을 하면 전과 후에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씩 변해요. 그런 의미에서 제 목표는 나이를 먹고 여러 작품들과 인물들이 쌓여서 결국 제가 선택한 작품들이 제 가치관을 드러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거에요. 나이가 들면 그동안 연기해왔던 수많은 인물을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순간들이 쌓이잖아요. 그것을 통해서 결국 세상을 보는 눈이 좀 더 넓고 더 깊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때의 이희준이향기나는 사람이길 바라요. 요즘 참 살맛 안나잖아요. 동시대를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제 연기로 조금이라도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만큼 행복한 일이 없겠죠. 그게 배우로써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꿈이라고 생각해요."주로 악역을 맡아왔던 그.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가 있을까? 동시에 잔인한 살인마 역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21살 때부터 지금까지 진심을 다해서 연기하지 않은 적이 없어요. 그래서 모든 캐릭터가 제 영혼이고 진심이에요. 자식같은 거죠. 21살 때 했던 아동극에서 맡은 작은 역할 조차도 정말 소중해요. 악랄한 살인마요? 그런 것도 좋아요. 일단 제가 그 캐릭터에 공감이 간다면요. 제가 작품을 선정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대본을 보고 심장이 두근거렸는가`, `이 연기 정말 재밌겠다` 라는생각이 들었느냐에요. 그 기준이 0순위에요. 공감이 간다면 무조건 해요. 제가 재미있어야 보는 사람도 재미있잖아요.홍상수 감독을 존경한다는 그는 홍상수 감독 작품의 한 장면을 각색한 후 독백 연기를 해서 한예종에 합격했다. 홍 감독의 열렬한 팬이라는 그가 선호하는 캐릭터는 확실히 홍 감독의 작품에 많이보인다."홍상수 감독 뿐만 아니라 되게 많아요. 연애의 목적이라든지 송강호 선배님이 연기하신우아한세계. 뭔가 다 부족하잖아요. 그런 역할이 되게 흥미로워요. 제가 부족한 면이 많아서 공감이 가니까 그런 역할을 선호하는 거 같아요. 그렇게 끌리는대로,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쪽으로 작품을 선택해요. 예를 들면 최근에 `최악의 여자`라는 독립 장편 영화를 찍었어요. 스케줄이 도저히 안되는 상황인데 제가 스케쥴을 조정해서 3일을 비웠어요. 큰 역할도 아니었고 우정출연이었거든요. 근데 그 영화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서 정말 하고 싶었어요. 홍 감독님과도 꼭 작업하고 싶어요."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을 `부족하다`는 말로 설명했다. 인생관이 확고한 그가 `실수`를 연발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제가 부족하다는 말에는 많은 뜻이 있어요. 장난끼가 많아서 실수하는 것도 있고요. 숨기거나 거짓말 하는 걸 싫어해서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얼굴이 알려진 사람 입장에서는 적절치 않게 보이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부족하다고 할까요? 사생활이 밝혀지거나 많은 관심을 받는 게 익숙하지 않고 부담스러운데 `그런 거 다 감내하고 연기할래?`하고 물으면 전무조건 오케이 해요. 그정도로 연기를 사랑하기 때문에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요."마지막으로 이희준은 어머니가 미술 전공자라고 털어놨다. 그가 햇살이 비치는 낮에 방에 누워있으면 어머니는 항상 그림을 그리셨고, 방안을 떠돌던 물감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고 회상했다. 현재는 자신을 때문에 그림을 포기했던 어머니께 보답하기 위해 그림 레슨과 재료비를 아낌없이 지원한다는 그. 어머니를 닮아서일까. 드로잉에 취미를 붙였다는 그는 3년 뒤쯤에 `엄마, 소풍가자`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이희준이 출연한 영화 `오빠생각`, `로봇, 소리`는 각각 21, 2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사진 한국경제TV MAXIM 윤예진 기자
MAXIM 장소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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