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아한 발레리나를 떠올리게 하는 옷들도 눈길을 끌었다. 은은한 색조, 유려한 실루엣, 몸의 동작을 따라 흐르는 랩 스타일의 구조로 표현된 부드러운 롱 실크 드레스, 플리츠 스커트, 티어드 스커트는 춤추듯이 흘러내리면서 낭만주의 스타일을 표현했다. 플라워 패턴, 정교한 레이스, 화려한 자수와 리본이 컬렉션 전반에 사용됐고 페이즐리는 잔잔한 포푸리를 흩뿌려놓은 듯 독특한 콜라주를 이뤘다는 설명이다.
에트로의 남성복 디자인을 총괄하는 킨 에트로는 원시시대와 생명력을 상징하는 ‘달걀’을 소재로 삼았다. 달걀이 분열이 일어나기 전까지 남성이 되거나 여성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모두 가지고 있듯이, 에트로의 남성 컬렉션에서도 여성의 우아함과 남성의 준엄함을 동시에 담아낸 유니섹스 스타일을 내세웠다.
날렵한 선이 돋보이는 남성 슈트 안에 크레이프 드 신, 투명한 시폰 셔츠를 함께 입혔다. 이브닝 룩에서는 라펠이 없는 슈트에 더욱 과감한 디자인의 셔츠를 함께 걸치고, 펀칭 장식이 있는 유려한 라인의 슬립 온 슈즈로 감각적인 룩을 완성했다. 달걀은 자그마한 크기로 원형을 이루며 춤을 추듯 표현하거나 조약돌 모양으로 자연스럽게 변형했다.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것처럼 페이즐리 안에 숨겨져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