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부산대 강석희 박사과정생, 홍석원 교수, 권세훈 교수.
왼쪽부터 부산대 강석희 박사과정생, 홍석원 교수, 권세훈 교수.
한국인이 주도한 국제공동연구팀이 생체물질인 DNA를 이용해 대량으로 쉽게 생산할 수 있는 고성능 그래핀 전자소자 개발에 성공했다.

부산대학교(총장직무대리 안홍배)는 최근 부산대 등 국내 연구진과 미국 조지아공대 공동연구진이 ‘DNA 리소그래피(lithography)’라는 새로운 공정방법을 이용해 대(大)면적의 고성능 그래핀 나노리본 트랜지스터(Graphene Nanoribbon Transistor)의 구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세계 처음으로 입증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이 연구결과는 나노기술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가진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IF=13.592)’지 12월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번 국제공동연구는 부산대의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홍석원(공동교신저자) 교수와 인지메카트로닉스공학과 강석희(제1저자) 박사 과정생이 주도하고, 재료공학부 권세훈(공동교신저자) 교수 및 황완식 한국항공대 교수, 지퀀 린(Zhiqun Lin) 미국 조지아공대 교수 등의 참여로 진행됐다. 이 연구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일반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최근 웨어러블 스마트기기, 스마트 의료기술, 스마트 자동차 등 스마트기기 산업의 발달로 유연 디스플레이, 생체신호 측정센서, 유연 배터리 등 유연전자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기기들은 다양한 물리적·기능적 특성을 지닌 소재로 제작되기 때문에 이를 만족시키는 전자소자의 개발 필요성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고 부산대는 설명했다.

연구팀이 실험에 이용한 그래핀(Graphene)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얇고 열전도율·강도 등 물리적 특성이 뛰어나 최근 큰 주목을 끌고 있는 차세대 전자소자이다. 이 중에서도 ‘그래핀 나노리본 구조체’는 우수한 전기적 특성으로 반도체 트랜지스터에 활용되는 등 실리콘을 대체할 물질로 각광받고 있으나, 대부분 전자빔 제거와 같은 고가장비를 사용해야 하는 반도체 공정으로 제작돼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전자빔에 의한 소자의 성능저하 등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연구팀은 널리 알려진 바이오 고분자 물질인 ‘DNA’를 대면적 기판에서 단면 지름이 1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정도의 극미세선인 ‘나노와이어’ 형태로 정렬시킬 수 있는 새로운 공정기술을 떠올렸다. 연구팀은 그래핀 기판에 DNA 나노와이어 어레이(나노선 정렬체)를 형성해 전사패턴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매우 빠르고 간단하게 대면적 그래핀 나노리본을 제작할 수 있음을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이를 이용하면 저비용으로 고성능 유연 그래핀 나노리본 트랜지스터를 개발하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홍석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그동안 생체물질로만 여겨져 왔던 나노 크기의 고분자 소재인 DNA를 반도체 제작 공정에 적용시킨 사례로, ‘자기조립’이라는 자연계의 원리에서 영감을 받아 오랜 기간 긴밀한 융합연구를 통해 이룬 성과”라며 “저비용으로 고성능 그래핀 나노리본 트랜지스터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공정으로, 향후 다양한 웨어러블 및 플렉서블 기기 제작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